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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집’에 14세 아들만 두고 나가 재혼한 母…법원 “아동학대”

입력 | 2023-08-02 16:58: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중학생 아들만 홀로 남겨둔 채 집을 나가 재혼한 50대 친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친모 측은 아들이 청소년이라 아동학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 씨(5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3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14세 아들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에서 단둘이 거주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집을 나가 경기 포천에 사는 한 남성과 재혼했다. 아들은 혼자 살게 됐다.

A 씨는 같은 해 8월 체포되기 전까지 아들 주거지에 들러 가끔 청소해 주거나 용돈을 주는 것 외에는 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주거지에는 쓰레기가 쌓였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은 부패해 곰팡이가 생기고 벌레가 들끓었다. 강아지 분변도 방치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은 5개월 이상 혼자 지내면서 인근 교회나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했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빨래를 해줬고 식사할 수 있게 돈을 줬다”며 아들이 청소년이기에 아동학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아동의 행복과 안전 보장을 명시한 아동복지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부모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본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피고인이 수사 당시 신고자에게 고소 또는 신고를 취하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거주지를 방문해 청소하고 용돈을 줬다는 사실만으로 양육과 기본적인 보호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들의 나이가 아주 어리지 않고 모친이 적극적으로 학대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