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사업지원 요청 해당 박물관내 한국실 규모 키우고 소장하던 한국문화재 재조명 활발
왼쪽부터 박지영 큐레이터, 김지연 큐레이터, 권성연 큐레이터
“우리 박물관의 한국실을 새롭게 단장하는 과정에 동행할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를 채용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6월 국립중앙박물관에 e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조선 회화 등 한국 문화재 1842점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세일럼시의 피보디에식스박물관. 한국실 확장 개편과 한국 문화재 특별전 기획을 주도할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중앙박물관은 2009년부터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채용을 원하는 해외 박물관에 3∼5년간 급여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은 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지난달 한국 미술을 전공한 김지연 씨를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로 뽑았다. 이 박물관이 한국인을 채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최근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독일의 박물관에서 그간 일본·중국 미술 전문가가 맡았던 한국실 큐레이터에 한국계 또는 한국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자 해외 박물관들이 한국실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소연 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중앙박물관의 한국실 지원 사업은 국내 유물 대여, 교육 프로그램 운영, 보존처리 지원 등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엔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채용 지원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인 큐레이터의 부상에 따라 해외 박물관이 선보이는 한국 문화재 전시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우리 박물관에서 유물을 빌려가 소개하는 전시가 많았지만 최근엔 해당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를 재조명하는 연구와 전시가 늘고 있다.
독일 훔볼트포럼은 올해 10월 특별전 ‘아리아리랑: 베를린 속 한국’을 열 계획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 50점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문화교류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미국 덴버박물관에선 올해 12월 분청사기 특별전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를 연다. 신 연구관은 “한인 큐레이터의 부상으로 기획력이 돋보이는 특별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해외 박물관 수장고에 있던 한국 문화재들이 새롭게 조명받을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