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나 강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인상파 화가 메리 커샛도 여름이면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앙티브로 떠나곤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뱃놀이 일행’(1893∼1894·사진)도 앙티브의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커샛은 미국인이었지만 파리에 정착해 살며 인상파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 그림은 49세 때 그린 것으로, 보트를 탄 젊은 엄마와 아이를 묘사하고 있다. 엄마는 하늘색 맞춤 정장을 입고, 머리에는 꽃장식이 달린 챙 넓은 모자를 썼다. 분홍 드레스를 입은 아이의 성별은 알 수 없다. 당시 관행에 따라 어린 남자아이도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마주 앉은 뱃사공은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아이를 안은 엄마는 배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기분 좋게 뱃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뱃놀이는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주제였다. 에두아르 마네도, 클로드 모네도, 오귀스트 르누아르도 그렸다. 그들보다 커샛은 좀 더 대담한 구도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고, 인물의 심리를 강조해 그렸다. 구도나 표현은 일본 목판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작품의 가치를 처음 알아본 건 미국인 은행가 체스터 데일이었다.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는 1929년 이 그림을 사들였고, 유증으로 1963년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선물했다. 작품이 완성되고 69년 후였다. 인상파 화가 중 유일한 미국인 여성이었던 커샛의 대표작을 미국의 주요 미술관이 소장할 수 있게 된 건 은행가의 안목과 선의 덕분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