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정부 부채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에 게시된 ‘국가 부채 시계’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 뉴욕=신화 뉴시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인 트리플A(AAA)에서 AA+로 한 계단 낮췄다. 피치 기준으로 1994년 이후 29년 만이고, 3대 평가사 기준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2011년 강등 이후 12년 만이다. 미국의 신용을 최고로 보는 평가사는 무디스 한 곳만 남았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 빚을 얻을 때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춘 건 향후 3년간 미 연방정부의 재정 악화, 부채 부담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의회에서 부채한도를 승인받을 때마다 극한 갈등이 되풀이된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현재 112.9%로 2019년의 100.1%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라며 피치의 결정에 반발했다. 하지만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의 상승과 이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12년 전 S&P의 등급 강등 때 미국 주가는 1주일 만에 15%, 한국은 17% 내렸다. 이번에는 사전에 피치가 강등 가능성을 예고해 왔기 때문에 충격이 덜할 거라는 분석이 있지만 국내외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드물게 나랏빚을 통제하는 규율이 없는 나라다. 신용평가사들은 재정적자를 연간 GDP 3% 이내로 통제하는 정부의 재정준칙안 도입을 적극 권고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국회 통과가 요원한 상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야권은 세금이 덜 걷혀 적자가 커지는데도, 나랏빚을 늘려 수십조 원을 더 풀자고 한다. 이런 무책임 정치가 계속된다면 ‘AA―’인 지금의 신용등급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