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 年 10조 공사 발주하며 업무 독점
경남 진주시 소재 LH 본사. 2021.03.09.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발생한 뒤 2년 만에 아파트 부실공사가 드러나며 LH 퇴직자 ‘엘피아’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LH 자체 혁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LH가 건설 시장에서 연간 10조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등 건설업계 큰손으로 덩치가 커진 데 반해 조직 혁신과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1년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직원들이 택지 개발 발표 전 땅을 사들이는 등 ‘땅 투기’ 배경에도 전관 특혜가 있었다. LH 전·현직 직원이 결탁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함께 땅을 사들였고,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택지 감정평가 등 수백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동산업계는 LH의 비대화와 기능 독점 등을 전관 특혜 등 각종 ‘구습’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꼽는다. LH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돼 만들어진 조직이다. 특히 1980, 90년대 주택 200만 채 건설 등 대규모 택지 개발과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며 두 기업이 모두 덩치가 급격히 커졌는데,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2009년 두 기관이 통합됐다. 이후 공공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 분양, 임대, 관리까지 전 과정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연간 10조 원 규모 공사와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