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 LH퇴직자 특혜 ‘건설 이권 카르텔’ 당정, 직권조사… 국정조사도 추진 부실아파트 입주자엔 배상하기로… 감사원 “LH 감사 착수 검토 중”
1일 오후 경기 파주운정 초롱꽃마을3단지(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해 천막이 설치돼 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이 필요한 지하주차장 기둥 331개 중 12개에서 철근이 부족하거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강 공사는 10일경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특히 올해 2월에는 ‘수기 수의계약’으로 경쟁 기업 없이 LH 사옥 에너지 진단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와 5년 동안 수의계약을 하지 못한다’는 LH 혁신안이 2021년 7월 시행된 뒤에도 수의계약을 한 것이다.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의 임원만 아니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LH 내부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LH 퇴직자에 대한 ‘전관 특혜’가 설계, 시공, 감리가 ‘한 몸’이 돼 부실공사 사태를 키운 ‘이권 카르텔’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2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건설 이권 카르텔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또 보강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입주자나 입주 예정자 불만이 높아지자 입주자가 만족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 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은 건설에서의 3권 분립인 설계, 시공, 감리가 이권 카르텔로 뭉쳐져 한통속이 됐고, 이대로는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감사원도 LH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익감사 청구서를 접수해 감사 착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실 키운 ‘건설 이권 카르텔’ 실태
양산LH 감리업체에도 전관 23명
벌점 6차례나 받고도 사업 수주
#1.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경남 양산 사송 A-8BL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안전진단 결과 보강 철근이 들어가야 할 241개 기둥 중 72개 기둥에서 철근이 빠져 부실 공사로 결론이 난 단지다. 이 단지 감리를 맡은 A업체에는 LH 퇴직자가 23명 있다. 이곳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LH로부터 벌점을 6차례나 받았다. 벌점 사유는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단계별 확인 소홀’. 안전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LH로부터 꾸준히 용역을 발주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양산LH 감리업체에도 전관 23명
벌점 6차례나 받고도 사업 수주
2일 감리·시공 등 건설업계에서는 엘피아가 현장 곳곳에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0년 동안 업계에 있었는데 LH 출신이 설계나 감리회사로 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퇴직을 앞두고 용역 심사 전후로 편의를 봐준다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공사가 잘 진행되게 LH 퇴직자를 일부러 LH 발주 현장에 감리로 참여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형건설사 주택 부문 실무자는 “LH가 발주처일 때 감리회사에서 LH 퇴직 직원들을 감리로 보내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들은 ‘어차피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에서 감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리업계 관계자는 “LH 퇴직자들이 오면 대부분 현장 감리로 빠진다”고 했다.
실제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무더기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 단지 15곳에서 감리를 한 업체 10곳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LH로부터 ‘감리 미흡’ 등 사유로 벌점을 받았다. 벌점을 받고도 추가로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이 중에는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 8곳이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건설현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LH가 공사 현장에서 ‘갑(甲)’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설계자나 감리자, 시공사 등에 LH 출신들이 분포돼 있는데 그럼 현장에서 부실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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