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이 종종 눈에 띕니다. 특히 최근 다시 서울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젠 나도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죠. 집을 사는 가장 큰 목적은 물론 주거이지만, 100% 주거 목적으로만 집을 사는 분들도 없을 겁니다. 최소한 이 집이 가격이 떨어져 나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집을 매매하겠죠.
이처럼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수를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언제 어떤 집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정보를 온라인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것도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죠.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부동산 초보 탈출에 유용한 웹사이트를 둘러보려 합니다.
Q. 신문을 보다가 서울 아파트값이 몇 퍼센트 올랐다, 강남구 집값이 몇 퍼센트 올랐다, 이런 내용을 봤습니다. 이런 건 누가 조사하는 건가요?
“아마도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기사를 보신 것 같네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은 매주 전국의 아파트값 동향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홈페이지(www.reb.or.kr)에 방문하시면 이 기사의 원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왼쪽 메뉴에서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를 클릭하시면 주간아파트 동향을 보실 수 있죠.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화면. 아래쪽에 주간아파트 동향 코너가 있다.
주간아파트 동향의 매매가격지수 그래프. 최근 흐름이 표시돼 있다.
이 메뉴에 나온 그래프나 표가 눈에 익었다면 좀더 ‘업그레이드’된 정보를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상단 메뉴에 있는 ‘공개자료실-공표보고서’ 메뉴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계열 통계표인데요. 전국지가변동률, 전국주택가격동향(월간),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등 부동산원에서 실시하는 각 조사의 엑셀파일을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원 홈페이지 자체는 자유롭게 통계를 찾아보기엔 좀 불편한데다, 과거부터의 흐름을 보기도 어려워서 이 엑셀파일을 활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엑셀파일 두 번째 탭에는 프로그램 사용설명서가 있는데요, 여러 지역을 비교해본다던가, 내가 원하는 기간 동안의 집값 변동률도 확인해볼 수 있죠. 기본적인 엑셀 사용법만 알고 계신다면 쉽게 활용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주간 동향과 월간 동향은 뭐가 다른 건가요? 실거래가 지수는 또 뭔가요?
“주간 동향은 말 그대로 한 주 간격으로 가격 변동을 조사해 그 흐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매주 발표하는 것이다보니 아파트에 대해서만, 그것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흐름만 발표합니다. 월간 동향은 한 달 간격으로 발표하는데요, 아파트 외에도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의 가격도 발표되고, 월세 가격 흐름도 발표됩니다.
부동산원에서는 실거래가격지수도 발표하고 있는데요, 주간·월간 동향은 실제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 대상이 되는 표본 주택의 ‘현재 거래 가능한 가격’을 조사해 통계를 냅니다. 반면에 실거래지수는 조사 기간 동안 실제로 거래가 일어난 주택의 가격을 조사해 통계를 산출하죠. 실거래지수가 표본조사 방식의 주간·월간 동향보다 시장 흐름을 좀더 빨리 반영한다고들 하죠. 하지만 몇몇 거래에 따라 변동폭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주간·월간 동향은 좀더 장기적인 흐름을 보기에 더 좋다고 하죠.”
Q. 그런데 기사마다 같은 시기인데도 집값 증감폭이 다르던데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조사하는 곳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현재 매주 집값 변동을 조사해 발표하는 곳은 한국부동산원 외에도 KB국민은행에서 운영하는 KB부동산이 있습니다. 민간기관이긴 하지만 부동산원이 아직 집값 통계를 발표하기 전에는 KB국민은행 통계가 거의 유일한 집값 통계였죠. 그만큼 KB부동산의 통계도 공신력이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KB부동산은 홈페이지(kbland.kr)에서 매주, 매달 통계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 홈페이지에서 ‘데이터 허브’로 들어가면 시각화된 통계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부동산원에는 없는 대표적인 정보가 ‘KB선도아파트지수’입니다.
KB부동산 홈페이지 데이터허브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가격지수 그래프. KB선도아파트 지수와 매매가격지수를 비교해서 볼 수 있다.
이 지수는 말 그대로 시가총액(단지 내 각 세대의 아파트값을 모두 합산한 것) 상위 50개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지수화해 표시한 통계인데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나 파크리오, 잠실엘스, 반포자이 등 세대 수가 많으면서 집값도 높은 단지들이죠.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도 많고 시장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단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고 KB부동산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마다 집값 증감폭이 다른 이유를 물어보셨죠? 그건 이런 집값 조사가 모든 집을 다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표본을 뽑아 조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표본을 뽑는지는 각 기관마다 기준도 다르고, 표본의 개수도 다르기 때문에 증감률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긴 기간을 두고 통계 흐름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민간업체들이 다양한 기준으로 여러 부동산 통계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두 곳만 하더라도 공개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합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빌라, 상가 같은 상업용 부동산 정보도 공개되죠. 부동산 업계에서도 한국처럼 이렇게 자세하게, 실시간으로 일반 대중에게 부동산 통계가 공개되는 곳은 없을 거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지금 당장 내집 마련엔 나서지 않더라도, 이런 사이트들을 둘러보며 시장을 보는 힘을 길러둔다면 꿈에 그리던 집이 나타났을 때 과감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