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다야, 온탕이야” 폭염으로 고생하는 미국 기록적 더위에 해수욕은 ‘hot tub’ 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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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폭염에 대피소를 찾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오리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쿨링 센터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오리건 주정부 홈페이지
Ocean temperatures are like stepping in a hot tub. They just topped 100 degrees, 100 degrees.”
(바다 온도가 마치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는 것 같다. 100도를 넘었다)
지구가 뜨겁습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폭염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바다 온도가 뜨거운 욕조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화씨 100도, 즉 섭씨 38도의 수온이 놀라운지 두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top’을 동사로 쓰면 ‘넘어서다’ ‘그 이상이다’라는 뜻입니다.(바다 온도가 마치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는 것 같다. 100도를 넘었다)
이럴 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쿨링 센터’ ‘쿨링 스테이션’ 등으로 불리는 폭염 대피소입니다. 미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율은 80~90%, 중앙식 에어컨은 60%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요즘처럼 에어컨을 온종일 틀어도 부족할 때는 너도나도 대피소로 피난 가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미국은 폭염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미 역사상 악명 높았던 폭염을 알아봤습니다.
1995년 시카고 폭염 때 시신을 수습하는 경찰. 시카고 경찰(CPD) 홈페이지
Let’s not blow it out of proportion.”
(사태를 과장하지 말자)
1995년 7월 시카고에 사상 최악의 더위가 몰려왔습니다. 가장 더운 날 최고기온이 43도. 체감온도는 55도에 육박했습니다. 폭염 기간은 4일 정도로 짧았지만, 사망자는 739명에 달했습니다. 하루 200명꼴입니다.(사태를 과장하지 말자)
시카고 당국은 늦장 대처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긴급대책을 수립해 놓았지만, 폭염 기간 절반이 지난 후에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방서는 구급차 구조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무시해 집마다 시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경찰은 노약자 전담 부서가 있는 데도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자들은 처음에는 재난 사태가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재난인 것은 맞지만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시카고 폭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은 독거노인으로, 에어컨이 없는 주택에 살면서 폭염 속에 창문도 열지 않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지역은 우범 지역이라서 문을 열어놓았다가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한 것이었습니다. ‘범죄의 공포’가 ‘더위의 공포’보다 컸던 것입니다. 폭염 대책을 세울 때 사회 계층별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988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홈페이지
‘Let It Burn’ fire policy is a cockamamie idea.”
(타게 놔두는 산불 대책은 바보 같은 아이디어다)
미국에는 63개의 국립공원(National Park)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요세미티, 그랜드 캐니언을 많이 찾는 반면 미국인들은 옐로우스톤을 좋아합니다. 옐로우스톤은 가장 먼저 생긴 국립공원입니다. 이곳 방문객들은 불에 탄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1988년 대화재의 흔적입니다. 그해 여름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을 제외한 미 전역에 화씨 90도(섭씨 32도) 이상의 무더위가 20일 이상 계속됐습니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옐로우스톤에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북서쪽 크라운뷰트 산의 나무 한 그루에 떨어진 벼락으로 시작된 불씨는 옐로스톤 전체 면적의 36%에 해당하는 3200㎢를 태우는 미 국립공원 역사상 최대 산불 피해로 기록됐습니다. (타게 놔두는 산불 대책은 바보 같은 아이디어다)
옐로우스톤 화재 전까지 미국 국립공원 정책은 산불이 나면 놔두는 ‘let it burn’(불타게 하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옐로우스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동식물들이 위태롭게 되자 “왜 그냥 두느냐”라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을 불러 긴급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산불을 그대로 두는 정책을 “cockamamie”(카커미미)라고 비난했습니다. 프랑스어 ‘decalcomania’(데칼코마니야)에서 유래한 ‘cockamamie’는 ‘바보 같은’ ‘타당치 않은’이라는 뜻입니다.
데스밸리 관광 명소 지브리스키 포인트. 데스밸리 국립공원 홈페이지
Goodbye, Death Valley,”
(잘 있거라, 데스밸리여)
지구상에 가장 더운 곳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데스밸리의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이라는 곳입니다. ‘furnace’가 ‘용광로’라는 뜻이어서 매우 적절한 이름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요즘 이곳이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퍼니스 크릭 방문객센터에서 온도계를 사서 인증샷을 찍느라 바쁩니다. 1913년 7월 10일 이곳에서 측정된 화씨 134도(섭씨 56.7도)는 세계기상기구(WMO)가 공식 인정한 지구 표면의 최고 온도입니다. 올해 데스밸리의 최고기온은 7월 16일 화씨 128도(섭씨 53.3도)로 1913년 기록에 못 미칩니다.(잘 있거라, 데스밸리여)
데스밸리가 더운 것은 지형적 요인 때문입니다. 바다 표면보다 낮을 정도로 매우 깊은 협곡이어서 바람이 통하지 않고, 더위를 식혀줄 만한 식물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입니다, 데스밸리의 돌과 바위에서 내뿜는 열기 또한 대단합니다. 1912년 퍼니스 크릭에 기온 측정 기구가 설치됐고, 이듬해 최고기온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설치된 온도계는 화씨 135도까지 계측할 수 있었는데 그것보다 1도 낮은 온도였습니다.
왜 이곳의 이름이 ‘Death Valley’(죽음의 협곡)일까요. 더위와는 관계없습니다. 1849년 겨울 샌프란시스코에 금광을 찾으러 가는 개척자들이 이곳을 지나갔습니다. 파유트 인디언의 공격을 받은 개척자들은 마차를 불태우고 협곡 아래쪽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인디언이 지나가자 가까스로 협곡을 기어 나온 개척자들은 뒤를 돌아보며 “잘 있거라, 죽음의 협곡이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개척자들이 탔던 마차의 모형이 데스밸리 기념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이 개척자들을 가리켜 “Lost 49ers”(로스트 포티나이너스)라고 합니다. ‘길을 잃은 1849년의 개척자들’이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
더스트볼 기근 때 농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도로시아 랭의 사진 ‘Migrant Mother’(이주민 어머니). 위키피디아
미국의 곡창지대인 로키산맥 동쪽의 대평원(Great Plains) 지역은 우묵한 그릇(bowl) 모양의 분지입니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캔자스 등이 속한 이 지역은 모래바람(dust)이 잘 분다고 해서 ‘dust bowl’이라고 불렸습니다. 1930년대 이곳에 화씨 110도(섭씨 43도)에 달하는 폭염이 몰아닥쳤습니다. 폭염은 가뭄을 동반했고. 대평원의 땅들은 쩍쩍 갈라졌습니다. 이 지역은 남북전쟁 이후 과잉 경작돼서 땅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대평원 농민의 빈곤한 삶은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의 1935년 작품 ‘이주민 어머니’(Migrant Mother)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도시의 실업자 문제만큼 농촌 기근 사태도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농촌을 돌아본 그는 1936년 9월 일명 ‘더스트볼 연설’로 불리는 노변정담(fireside chat)에서 농촌 지원 대책을 밝혔습니다. 농민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감정이 잘 드러난 명연설입니다.
I shall never forget the fields of wheat so blasted by heat that they cannot be harvested.”
(더위에 타들어 가 수확할 수 없게 된 밀밭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활용도가 높은 단어 ‘blast’(블래스트)는 ‘터뜨리다’라는 뜻입니다. ‘have a blast’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라는 뜻입니다. ‘laugh blast’는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blasted by heat’은 ‘열에 터지다’ ‘타들어 가다’라는 뜻입니다. 루즈벨트 행정부는 농토의 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농법을 소개하고, 풍식을 막기 위해 2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쉘터벨트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 농민들이 땅을 잃지 않도록 모기지 대출의 편의를 봐줬습니다. 1939년 농민들의 삶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글로벌 무대로 진출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더위에 타들어 가 수확할 수 없게 된 밀밭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실전 보케 360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유세 모습. 위키피디아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력한 ‘원톱’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노예제 교육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시로 플로리다 교육위원회는 ‘흑인들은 노예제도 덕분에 기술을 배우는 혜택을 입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 지침을 의결했다가 흑인 사회는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DeSantis, the guy is asleep at the switch.”
(디샌티스, 그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도나 브래자일이라는 흑인 민주당 선거 전략가는 A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판했습니다. ‘asleep’은 ‘자고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switch’는 ‘스위치’입니다. ‘asleep at the switch’는 ‘스위치에서 자고 있다’가 됩니다.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에 생겨난 단어입니다. 선로 교체 임무를 가진 철도원은 계속 주의를 집중하고 있어야 열차가 탈선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고 있다면 큰 사고가 발생합니다. ‘asleep at the switch’는 ‘주의 의가 산만한’ ‘둔감한’이라는 뜻입니다. ‘asleep at the wheel’을 써도 똑같은 뜻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인종차별적 교육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둔감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디샌티스, 그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1일 소개된 날씨에 관한 내용입니다. 폭염 때문에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날씨에 관한 영어를 알아두면 미국인과 만났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스몰 토크(잡담) 소재로 날씨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2018년 7월 31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0731/91312843/1
더운 여름날 오후에 벌어지는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룬 1975년 미국 영화 ‘Dog Day Afternoon’(뜨거운 오후). 위키피디아
Dog days of summer.”
(폭염 시즌)
폭염은 ‘extreme heat’이라고 합니다. 폭염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점에서 ‘heat wave’라고도 합니다. 올해 미국 영국 일본의 폭염이 얼마나 대단한지 위키피디아에 새로운 항목이 생겼습니다. ‘2018 North American heat wave’ ‘2018 British Isles heat wave’ ‘2018 Japan heat wave’입니다. 한국도 덥지만 ‘2018 Korea heat wave’라는 항목은 아직 없습니다. (폭염 시즌)
몹시 더운 날을 ‘dog day’라고 합니다. 더위가 절정인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를 ‘dog days of summer’라고 합니다. ‘Dog Day Afternoon’(한국명 ‘뜨거운 오후’)이라는 1975년 할리우드 영화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오후에 벌어지는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더운 날씨를 ‘dog’(개)에 비유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dog star’(천랑성)에서 유래했습니다. 천랑성은 ‘시리우스’로 불리는 가장 빛나는 별을 말합니다. 이 별이 태양과 일직선이 되면 큰 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Drizzle to downpour.”
(미약하게 시작해 대사건으로 발전하다)
물난리가 날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를 가리켜 ‘downpour’(다운푸어)라고 합니다. 시원하게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소나기는 ‘shower’(샤워)입니다. 가늘게 내리는 부슬비는 ‘drizzle’(드리즐)이라고 합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대사건을 ‘drizzle to downpour’라고 합니다.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쏟아지는 눈은 ‘downpour’ 또는 ‘down pouring snow’라고 합니다. 한동안 쏟아지다가 그치는 눈은 ‘snow shower’입니다. 비 눈 우박 등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precipitation’(강하)이라고 합니다. (미약하게 시작해 대사건으로 발전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