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교사 157명 사례집 응답자 68% "학부모 통한 악성 민원 경험"
초·중·고 교사와 달리 법적 생활지도권을 보장받지 못한 유치원 교사들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교육부가 유치원 교사를 위한 매뉴얼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교직단체들은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이달 1일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 교사 157명에게 조사한 ‘교육활동 침해 실태 사례집’을 3일 공개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로부터 모욕과 협박성 발언을 듣거나 욕설을 들은 경험이 부지기수였다고 답했다.
노조가 전한 사례만 보면, 교사들은 “시험은 합격했냐”, “숫자 못 세냐”, “애도 없으면서 뭘 안다고 교사 하세요?”라는 등 전문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들었다.
“저능아 아니냐, 선생 자격이 없다”, “너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부모가 없을 것이다” 등 모욕성 발언이나 “네 머리를 망치로 깨 버리겠다. 자녀가 있으면 걔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사례도 전해졌다.
“방학 때 출산하지 왜 이제(학기 중에) 애를 갖냐”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매일 오후 4시에 전화로 수업 내용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등 수업에 간섭을 한 사례도 전해졌다.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언론에 제보되면 ‘학부모가 다시 찾아와 자신을 괴롭힐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도 상당했다”며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보복이 두려워 제보하지 못하고 참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 교사는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유아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초·중등교육법은 지난해 12월 개정돼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법적으로 명시됐으나 유치원은 아직 생활지도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역시 유치원은 의무가 아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는 교보위를 ‘유치원을 제외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을 제외한 국·공립병설이나 사립유치원은 교보위를 설치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교육활동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유치원을 (관련 법규에서) 제외한다면 유치원에서도 언제든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앞서 유치원 교사들을 위한 교권침해 방지책이 있는지 묻자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고시)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현장 교사들이 참고할 매뉴얼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직단체들은 유치원 교사의 교권 보호를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 추진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달 22~24일 진행한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유치원 교원 48.9%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해 전체 교사 평균인 40.1%보다 높았다.
전교조는 “법적인 대책 없이 매뉴얼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교육부의 태도는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며 “응당 유치원 교사를 위해 초·중등교원과 동일한 수준의 교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동학대 면책 입법에 유치원 교원이 포함되도록 유아교육법 개정도 추진해 달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