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퇴근시간대 20대 남성이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차량으로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흉기를 들고 백화점에 들어가 무차별 난동을 부려 14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13일 만에 또다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건이 벌어져 시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피의자 최모 씨가 인도로 돌진한 차량.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경찰에 따르면 최모 씨(22)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최 씨는 차에서 내려 칼을 들고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1, 2층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화면에 따르면 최 씨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 건물 내부를 뛰어다니며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59분경 “백화점 1층 시계탑 부근에서 칼로 사람을 찌르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해 오후 6시 5분경 최 씨를 붙잡았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다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 살인하려고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업 종사자로 확인된 최 씨는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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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목격자의 증언과 CCTV 화면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이날 오후 5시 55분경부터 차량으로 행인에게 돌진한 뒤 10분가량 흉기 난동을 벌였다.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 바지, 회색 운동화 차림의 최 씨는 남성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20~30cm 길이의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에서 도망가는 피해자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들은 모두 최 씨와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최 씨가 몰던 차량에 부딪힌 60대 여성은 한때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1명도 의식을 잃고 닥터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둘 다 위중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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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신림역에서 벌어진 ‘묻지 마’ 칼부림 사건에 이어 벌어진 무차별 사건으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을 목격한 10대 여성 A 양은 “갑자기 시끄러운 소음이 크게 들려 지하철역 근처로 가보니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며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길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뛰어가며 달아났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거주하는 이선숙 씨(42)는 “딸에게 연락이 와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혹시나 딸이 다칠까봐 어떻게 하나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다행히 대피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