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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돈 빼돌려도 모르는 은행… 작년 1000억, 올핸 벌써 600억

입력 | 2023-08-04 03:00:00

경남銀 횡령 직원 15년간 한자리
은행, 입출금 점검 등 기본 안지켜
우리銀은 문서위조 등 8년간 몰라
“당국 제재수위 낮아 현장서 외면, CEO에 책임 명확히 물어야” 지적




지난해 우리은행에 이어 올해도 BNK경남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내부 통제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반복되는 횡령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업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 금액은 총 592억7300만 원(경남은행 사건 포함)이었다. 역대 가장 큰 횡령액을 기록한 지난해(1010억7200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작년에는 우리은행 직원이 약 700억 원의 자금을 유용해 전체 횡령 금액이 유례없이 크게 불어났다.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액은 2018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건의 원인으로 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경남은행은 특정 부서의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 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 왔다. A 씨의 소속 부서는 올 초 바뀌었지만 같은 본부 내 투자금융부에서 투자금융기획부로 거의 비슷한 자리로 옮기는 데 그쳤다.

경남은행은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 거액 입출금 점검 등 기본적인 원칙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여부를 승인하는 부문과 공사 진행 상황에 맞춰 자금을 송금하는 부문이 모두 한 부서 안에 있었다”며 “사실상 A 씨 본인이 대출을 승인하고 송금하는 구조와 다름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횡령 행위가 수년에 걸쳐 장기간 이뤄지는데도 은행 내부나 당국이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700억 원 횡령 사실이 적발된 우리은행 직원은 행장 직인 도용, 무단 결근, 문서 위조 등 일탈 행위를 지속했지만 8년간 은행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새마을금고 직원이 고객 예·적금을 무단 인출하는 등 129억 원을 빼돌렸다가 지난해 적발된 사건에서도 10년 넘게 은행은 이상 신호를 감지해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금융사 임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금융회사 일선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검사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가 보면 중간관리자는 내부통제를 실무자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무진은 중간관리자 몫으로 치부한다”며 “영업 실적은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반면에 내부통제는 성과지표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시중은행의 전직 부행장도 “실적이 당장 중요하다 보니 특정 분야를 오랫동안 맡아온 전문가를 순환시키기 쉽지 않다”며 “은행의 감사 담당도 임기 이후 연임 여부를 신경 쓸 수밖에 없기에 감사를 엄격히 진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횡령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CEO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경남은행 본점에 대한 검사 인력을 4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해 내부통제 실태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