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최근 국내 패션 브랜드의 활동이 활발하고 반응도 뜨겁다. 성수동이나 연남동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 가보면 국내 패션 브랜드의 옷을 입은 패셔너블한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에는 백화점 팝업 매장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문을 연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은 밀레니얼과 Z세대를 대상으로 많은 공간을 할애했고 특히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섭외해 팝업 매장을 열었다. 이제는 여러 백화점에서 국내 브랜드를 유치해 임시 팝업 매장을 열고 이벤트를 한다.
하지만 애초에 줄이 늘어서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이유는 백화점이라서가 아니라 이미 마니아와 팬이 형성되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 대중성이 필요하겠지만 유니크함과의 사이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브랜드 쪽이다. 덕분에 국내 패션 브랜드를 유치 하려고 백화점 측에서 몇 년 공을 들였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이전과 비교해 훨씬 속도가 빨라진 패션 정보를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패션 커뮤니티를 통해 얻고 있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패셔너블함의 기준은 더 작은 단위로 파편화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류의 유행이나 명성과는 다른 패션이 통용될 영역이 커진다.
그리고 이들이 추구하는 남과는 다르고, 흔하지 않고, 완성도 높은 패션을 여러 K패션 브랜드들이 충족해주고 있다. 저비용의 온라인 유통과 소규모 생산, 팬덤의 형성 같은 다양한 생존 방식의 확보는 서로 다른 개성의 브랜드가 공존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게다가 K팝, K드라마 등으로 국내 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면서 외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K패션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분명 흥미진진함이 넘쳐나는 K패션을 주목하며 바라볼 만한 시기다.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