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수 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달리고 있다. 무리한 식이요법 탓에 대상포진까지 걸렸던 그는 걷고 달리기로 몸을 회복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까지 완주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2018년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심 씨는 1년여 뒤 대회 출전을 도와주는 피트니스센터로 옮겨 본격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보디빌딩 생활체육 2급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몸이 급격히 변하는 것을 체감한 뒤 흥미를 느껴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몸에 이상이 생겨 고생했어요. 몸 좋아지라고 운동을 했는데 오히려 망친 셈이 됐죠. 지속가능한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리한 것 같아요. 귀에서 진물이 나오고 잠도 못 이뤄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은 아주 늦게 받았어요. 골든타임을 놓쳤죠.”
심 씨는 “어지러워 걷기 힘들었다. 소주 3병 마시고 걷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병원에 2주가량 입원하는 등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무조건 많이 움직여야 한다”며 권유한 게 걷기와 달리기다. 마침 홈트레이닝 때 온라인으로 만나다 오프라인으로 모여 함께 운동하던 멤버들도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2021년 말부터 자연스럽게 함께 달렸다. 달리니 건강이 호전됐다. ‘탑시아’ 러닝크루도 만들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할머니가 돼서도 달리자’는 모임이다. 매주 토요일 새벽 만나 1∼2시간 달린다. 5km부터 시작해 거리를 늘려갔다. 올 3월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4시간 21분에 완주했다.
“극한의 고통이 있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보디빌딩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게 마라톤입니다. 저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어요.”
3개월 전부터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3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카페 ‘오픈케어’에서 제공하는 달리기 실기 교실이다. 오픈케어는 회원들에게 달리기와 마라톤, 철인3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인 훈련도 시켜주고 있다. 심 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열린 오픈케어 오프라인 훈련에 참가해 2시간을 달렸다. 그는 “잘못된 자세로 체력만 믿고 달리다 보면 다칠 수 있다.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아프면 운동할 수 없고, 운동 못 하면 몸이 아프다. 평생 달리기 위해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