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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직자 당연히 있어야한다면서도, ‘우리교회에는…’ 하는 분위기 안타까워”

입력 | 2023-08-04 03:00:00

대한성공회 한주희 신부 인터뷰
2001년 첫 女사제서품… 20여명 배출
교회 신도들 반대로 부임 못하기도
女성직자 계속 나와야 종교계 변화



대한성공회 한주희 신부는 “여성 성직자에 대한 선입견 중 상당 부분이 만나보지 못해 벌어지는 오해”라며 “여성 성직자가 늘면 이런 인식도 바뀔 거라 믿는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요즘 시대에 여성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계다. 가톨릭은 아예 여성 사제가 없고, 개신교도 일부 교단은 여전히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불교도 비구니가 고위직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대한성공회의 여성 사제 가운데 한 명인 동대문교회 한주희 신부(42)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로는) 여성 성직자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교회에는…’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에 여성 사제는 얼마나 되나.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가 첫 서품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20여 명이 배출됐다. 중간에 그만둔 분도 있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분도 있어서 지금 국내에는 10여 명, 서울에선 나를 포함해 5명이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종교계가 워낙 보수적이라 여성 신부가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민 신부는 신학 과정을 마치고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첫 여성 신부를 배출하기까지 내부에서 참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성공회 내에서 여성이 사제가 되는 데 제도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문화나 관습까지 다 바뀐 것은 아직 아니다.”

―여전히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나.

“2015년에 사제가 됐는데 내 경우도 처음 발령받은 교회에 부임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여성이 오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가게 됐는데, 한 선배 성직자가 ‘가서 관할 사제에게 잘해’라고 했다. 신도들이 반대하는데도 관할 사제가 받아줬다는 것이다. 그날 성직자가 된 후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날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한 거니까. 정말 되게 억울했다.”

―여성이 성직자를 하면 안 될 이유는 없을 텐데….

“하하하, 설마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라는 바울의 말을 근거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성경은 여러 문서를 묶어서 엮은 것이고,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쓰인 것이다. 쓰일 때 상황과 목적, 맥락도 권마다 다 다르다. 그걸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게 과연 맞을까?”

―바깥 세상보다 종교계가 변화가 많이 느리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질서 속에 있다 보니… 미사 때 나한테는 성체를 안 받는 어른분들이 계셨다. 악수를 안 하는 분도 있었고. 그런데 몇 년 함께 지내고 내가 떠나는 날인데 다가오시더니 ‘처음 왔을 때 환영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하더라. 그때 ‘아, 여성 사제를 겪어본 적이 없다 보니 낯설고 몰라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역으로 여성 성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 그런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히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 노력해서 여성 성직자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종교를 떠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