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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 22세, 후드티에 선글라스 쓴채 범행… “누가 날 청부살인하려 해”

입력 | 2023-08-04 03:00:00

[분당 백화점 흉기 난동]
피해망상 호소하며 횡설수설
목격자 “범인, 소리 지르고 방방 뛰어
신나서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여”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다친 가운데 이 사건 역시 ‘묻지마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목격자 증언과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범행과 유사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 씨(22)로 확인됐다. 최 씨는 경찰에 붙잡힌 직후 피해망상을 호소하며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 살인하려 해서”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간이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는데, 검찰은 최 씨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등 정신병력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최 씨는 흰색 모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채 AK플라자 백화점 내부를 칼을 들고 돌아다녔다. 이어 갑자기 주위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에 놀라 도망가는 사람들까지 쫓아가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한 목격자는 “(최 씨가)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면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목격자는 “누가 보면 (마치)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 씨의 범행에 놀란 누군가가 “묻지마! (범행이다)”라고 소리치자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커피를 엎지르고 도망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문제는 최근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 거리에선 조선(33·구속)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조선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조선은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엔 경기 양평군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남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도 올 6월 60대 남성이 흉기를 든 채 시청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에선 안인득(46)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졌다. 당시 안인득은 한 달 전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 당일 새벽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안인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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