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 난동’ 재현에 공포 목격담-동영상 등 SNS로 번져… 시민들 “세상 왜 이러나” 불안감 “오늘 오리역서 칼부림” 또 살인예고 경찰, 추적나서… 밀집지역 순찰강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흉기에 찔린 시민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이날 피의자 최모 씨(22)가 모닝 차량을 몰고 돌진해 행인들을 친 후 백화점 내에서 흉기를 휘둘러 총 14명이 다쳤다. 트위터 캡처
“너무 무섭습니다. 집 밖을 못 나가겠어요.”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또다시 흉기 난동이 발생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불특정 다수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범행 수법이 재현되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날 SNS에 “지금 막 차가 인도로 막 달려서 AK플라자로 돌진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다쳤다”는 내용의 목격담을 올렸다. 다른 목격자는 “방금 눈앞에서 사고를 봤는데 너무 심장이 떨린다”고 전했다.
● 시민들 “모방범죄 우려”
특히 지난 신림역 사건 당시와 같이 목격담과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컸다.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며 서현역 인근에 본가를 둔 여성 이모 씨(25)는 “어떻게 내가 사는 곳마다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 않고 소름 돋는다”며 “이번 주말 (서현역) 본가에 내려가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사는 김모 씨(58) 역시 “(사건이 발생한 해당 백화점이)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인데, 사건 현장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이제 그곳을 어떻게 다시 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강력범죄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하모 씨(33)는 “두 사건이 모두 의도된 범죄라면 용산역, 서울역 등 다른 주요 역에서 유사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제 출퇴근길에 아주 작은 소란만 생겨도 군중이 패닉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33)는 “모방 범죄가 한 번 일어났는데, 두 번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호신용품을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
● ‘4일 오리역’ 또 다른 살인 예고 등장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3일 온라인에는 또 다른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11번째 글이다. 게시자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고 썼다. 이어 “오리역에서 칼부림을 하는 이유는 제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밀집지역에 경찰 추가 배치
이와 함께 경찰은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경찰 배치를 늘리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신림역 등 인파가 밀집하는 다중시설에 대한 경찰 추가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윤 청장도 사건 발생 직후 서현역을 찾아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그는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유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구속 등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