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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오나 살피며 지혈…흉기에 쓰러진 피해자 도운 10대들

입력 | 2023-08-04 09:40:00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들에게 달려가 지혈을 도운 윤도일 군(18)·사건 현장. 뉴스1·트위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린 가운데,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들에게 달려가 지혈을 도운 10대들이 있다.

무차별 흉기 공격이 이뤄지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윤도일 군(18)과 음준 군(19)은 침착하게 부상자들을 살폈다.

친한 형·동생 사이인 두 사람은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6시경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백화점 근처를 지나던 중 야외 광장에서 젊은 남녀 2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윤 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막 뛰어다니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하고 광장으로 가보니 여성과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피의자가 체포되지 않은 상태라 다수의 인파가 혼비백산 도망쳤지만 윤 군은 한달음에 부상자들에게 달려갔다.

그는 “남성분은 스스로 지혈하고 계셨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은 혼자 지혈하다가 의식이 희미해졌는지 (지혈하던 자신의 손을) 놓고 있었으며 피가 좀 많이 나왔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다가가 지혈했다”며 “다른 시민 1명도 (지혈을) 함께 도왔다”고 설명했다.

지혈 도중 윤 군은 흉기를 든 사람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만약 그 상황에서 범인이 다가오면 대치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평소 구급 대처에 관심이 많았던 윤 군이 지혈에 나설 동안 음 군은 범인이 다시 현장에 돌아오는지 계속 주위를 둘러봤다. 음 군은 “흉기를 든 남성이 다른 장소에 갔다가 다시 1층 쪽으로 돌아오는 듯했고, 현장에 있던 경찰이 그 남성을 쫓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피해자들을 살피는 동안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윤 군은 ‘이제 손을 떼도 된다’는 구급대원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윤 군은 전화를 받아 “따님이 많이 다쳤다. 와보셔야 할 것 같다”며 상황을 알렸다.

두 사람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구급차에 올라타는 것을 본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 윤 군은 “그냥 계속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자 최모 씨(22·점선 안)가 선글라스를 쓴 채 흉기를 들고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을 활보하고 있다. 트위터

경찰에 따르면 당일 오후 5시 59분경 분당구 AK플라자 백화점 내부에서 배달업 종사자 최모 씨(22)가 1, 2층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퇴근 시간대라 지하철역과 연결된 백화점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최 씨가 휘두른 칼에 9명이 부상했다.

최 씨는 흉기 난동을 부리기 전 백화점 인근에서 다른 사람 명의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며 차량 사고를 당한 여성 2명은 위중한 상태다.

경찰은 112신고 약 5분 만에 현장에서 최 씨를 붙잡았다. 최 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특정 집단이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정신의학과 진료에서 분열적 성격 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