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인 심연수 씨(46)는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 여자부에서 2위를 한 뒤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근육을 키우며 6개월 지속한 극단적인 식이요법 탓에 몸에 이상이 와 결국 대상포진까지 앓게 됐다.
심연수 씨가 7월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달리고 있다(왼쪽 사진). 심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포즈를 취한 모습(오른쪽 사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심연수 씨 제공
심 씨는 “어지러워 걷기 힘들었다. 소주 3병 마시고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병원에 2주가량 입원까지 하는 등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무조건 많이 움직여야 한다”며 권유한 게 걷기와 달리기다.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집에서 몸을 만들다 보니 더 전문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가 전문가 PT를 받았죠. 근육을 키우면서 주변을 보니 크고 작은 보디빌딩대회가 많았어요. ‘이런 세계도 있구나’ 다소 놀라면서도 ‘나도 출전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8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심 씨는 바로 재미를 붙였다. 그는 “저를 지도해주시는 트레이너가 ‘몸도 좋고 운동 잘한다’고 하니까 더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1년여 뒤 대회출전을 도와주는 피트니스센터로 옮겨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근육을 키우며 보디빌딩 생활체육 2급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냥 보디프로필 한 번 찍는 게 아니라 대회출전이란 목표로 진심으로 열심히 했어요. 제가 처음 하고 싶은 도전이었죠. 그래서 정말 새벽에 눈 뜨고 아침 점심 저녁 운동을 했어요. 유산소로 지방을 태우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고…. 하루 6시간 넘게 운동한 것 같아요.”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당시 몸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코로나 19로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참고 열심히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 포기할 때 전 끝까지 남았죠. 준우승까지 하니 성취감과 자존감이 크게 상승했죠. 그런데 몸이 안 좋아지면서 좀 시련을 겪었어요.”
“집에서 운동하다 같은 지역에서 사는 여자들끼리 친해지면서 모이기 시작했죠. 집에서 혼자, 혹은 모여서 함께 운동하기도 했죠. 홈트레이닝이 자신의 몸을 가지고 하는 근육운동이라 몸이 좋아지는 것을 함께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형성됐어요.”
심연수 씨가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출전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극한의 고통이 있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보디빌딩대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게 마라톤입니다. 제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러웠죠.”
달리면서 몸이 다시 살아났다. 그는 “아직 가끔 어지러움증세을 느끼기도 하지만 달린 뒤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3개월 전부터 제대로 달리는 법도 배우고 있다. 3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카페 ‘오픈케어’에서 제공하는 달리기 교실에서 배우며 달리고 있다. 오픈케어는 회원들에게 달리기와 마라톤 철인3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인 훈련도 시켜주고 있다. 심 씨는 7월 30일 새벽 열린 오픈케어 오프라인 훈련에 참가해 2시간을 달렸다. 그는 “잘못된 자세로 체력만 믿고 달리다 보면 다칠 수 있다.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아프면 운동할 수 없고, 운동 못하면 몸이 아프다. 평생 달리기 위해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톱시아 회원들이 7월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함께 달린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명희, 김수민, 심연수, 김미진, 김유정, 권선희 , 정민교, 이희경 씨.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전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하고, 친구들하고 만나고, 아이들 돌보고…. 이런 삶이 즐거워요. 이렇게 살다 보면 앞으로 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겠어요?”
심 씨는 “언젠가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도 하고 있을 수 있다. 즐거우면 도전하는 게 내 삶의 방식이다. 앞으로 재밌는 게 더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전용 순환운동 인터벌트레이닝 센터에서 파트타임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연수 씨가 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