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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죽이겠다” “같이 죽어보자”…각지서 살인 예고글 확산

입력 | 2023-08-04 21:21:00


서울 신림역, 경기 성남 서현역 등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 두 건이 올라온 서울 강남역에서 경찰들이 현장을 살피며 근무를 서고 있다. 2023.08.04 서울=뉴시스

“오늘 오후 7시 강남역에서 100명을 죽일 예정이다.”

4일 오전 2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의 일부다. 이날 서울 강서구에서는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제목의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 민모 씨가 검거됐다. 서울 강남구 한티역에서의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쓴 작성자는 스스로 자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벌여 14명에게 중상을 입힌 최모 씨(22)처럼 불특정 다수를 노린 ‘외톨이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잠실역, 경기 성남시 오리역, 부산 서면 등 전국 각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대대적으로 추적에 나섰다. 4일 오후 8시 기준 경찰이 추적 중인 글은 최소 27건이며, 이 중 5건이 검거됐다.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에서 경찰 병력이 순찰을 하고 있다. 경찰은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후 온라인 공간에서 또 다른 ‘오리역 살인예고’ 글이 작성돼 성남시 분당지역에 인력 98명을 긴급배치 했다. 2023.8.4 뉴스1



● “같이 죽어보자” 글에 학원가 초비상
이날 온라인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학원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학원가에도 비상이 일었다. 글 작성자는 “대치동 ○○학원 재수종합반 학생 몰살한다”며 “어쩌피(어차피) 수능 망한 거 같이 죽어보자”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학원 측은 “해당 글을 확인한 직후 학생과 강사들을 전원 조퇴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또, 이날 오전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서초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 A 씨를 발견해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A 씨는 쇼핑백 안에 칼과 장난감 총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경찰은 A 씨로부터 흉기 2개를 압수했다.

‘묻지 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도 빗발쳤다. 대구의 한 PC방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범인이 도주 중이라는 글이 확산되자 대구경찰청은 4일 “사실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기 포천시 종합터미널에서 흉기 난동과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글도 빠르게 확산됐으나 역시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 “정신 병력 치료 중단 없도록 전수 조사해야”
잇따르는 흉악 범죄에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법무부도 “흉악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도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 행동자에 대해 선별적 검문검색을 하고 필요한 경우 총기 등 물리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톨이 테러’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타인의 범죄를 접한 후 억눌려오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탈출구’로서 그대로 범죄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정신 병력이 확인된 사람의 경우 전수조사를 통해 치료가 시급한 이들을 파악해 치료 중단 위기를 맞이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