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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래 극기 훈련” “잠깐 정신 잃은 것”… 한심한 잼버리 조직위

입력 | 2023-08-04 23:54:00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최창행 사무총장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개영식 K팝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느라 체력을 소진해서 그렇다”는 해명을 내놨다. “어려운 여건을 각오하고 극복하기 위해 야영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운영팀위원장은 “더위에 잠깐 정신을 잃고 그러다가 3∼5시간 후에 그대로 즐겁게 다시 활동하는 것”, 한 전북도의원은 “참가자들이 귀하게 자라 불평, 불만이 많다”고 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잼버리의 졸속 운영 비판에 대한 해명이 점입가경이다.

해마다 반복돼온 여름 폭염과 폭우, 습도가 높고 그늘이 없는 간척지의 특성 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환경 조건이었다. 지난해 8월 예비 행사로 사전에 치르는 ‘프레 잼버리’가 돌연 취소됐을 당시에도 폭염과 배수 부실, 37%에 불과한 기반시설 공정 문제가 제기됐다. 그런데도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조직위와 관련 인사들이 막상 문제가 터지자 10대들의 정신 상태까지 운운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해명에 급급한 담당자들의 발언은 외신 보도와 SNS를 통해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행사뿐만 아니라 후속 대응마저 국제적 망신을 살 판이다.

그러는 사이 잼버리에 자녀를 보낸 국내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걱정과 분노가 잇따르고 있다. “아들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는 외국인 부모의 인터뷰가 실리고 현장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최악’ ‘지옥’ 같은 평가가 이어진다. 일주일 넘게 남은 일정을 포기한 채 중도 귀국하는 참가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외교 채널로 우려를 전달하거나 야영장으로 대사관 인력을 급파했다니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냉장·냉동 탑차와 얼음물 추가 공급 등 수습에 나섰지만 뒷북 조치로 얼마나 효과를 낼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잼버리 개최로 국제적 성과를 내기는커녕 당장 온열질환과 화상벌레의 공격에 시달리는 참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이러다 한국 잼버리가 전 세계 155개국 청소년들의 기억에 고생스러운 ‘생존 체험’으로만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