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경기 분당 서현역 일대에서 2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14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13일 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칼부림이 벌어졌고 이후 비슷한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공개된 터라 충격이 크다. 현재 온라인에는 서울 경기 부산 등 범행 지역과 시간까지 특정해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20건 넘게 올라와 있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 최모 씨(22)는 중학생 시절엔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으나 고교 1학년 때 자퇴하고 조현성 인격장애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최 씨는 범행 당일 퇴근 시간 무렵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차량으로 행인들을 들이받은 데 이어 백화점으로 들어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부렸다. 피해자 모두 최 씨와 일면식도 없는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다. 신림역과 서현역 사건은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같은 평범한 생활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공포감에 집 나서기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서현역 사건에 대해 경찰은 모방범죄보다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묻지 마 범행 예고가 이어지고 있어 유사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크다. 범행을 예고한 글을 게시한 이들을 찾아내 혹시 벌어질지 모를 위험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의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자체 보안 체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