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 현수막. ⓒ News1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늘어나는 등 심상찮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대출금리가 반등하고 연체율도 오르는 상황이어서 가계대출 증가는 더욱 심각하게 여겨진다. 국내외 각종 조사에선 이미 경고등이 켜졌고, 한국은행도 거듭 우려를 드러내며 규제 재정비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679조2209억원으로, 전월보다 975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1년5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 폭도 5월 1431억원에서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차주들의 기대와 달리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이자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8~6.937%로 하단이 4%대로 올라섰고, 상단은 7%에 근접했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가 예금금리·금융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가계대출 증가는 더욱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3월 말 0.25%에서 6월 말 0.27%로 뛰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단지 모습. ⓒ News1
국내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국내외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 지난해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조사 대상 17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버는 돈에 비해 빚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가계대출 증가 문제에 대해 거듭 경고하며, 일부 규제 재정비 필요성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달 공개된 한국은행의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규모 축소)이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디레버리징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