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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7주년, K팝 걸그룹의 역사…재계약 향방 ‘촉각’

입력 | 2023-08-06 07:38:00

오는 8일 데뷔 7주년…150만명 규모 월드 투어 진행 중
이달 말께 YG와 재계약 여부 판가름 예상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가 오는 8일 데뷔 7주년을 맞는다.

K팝 역사에 획을 그은 그룹의 7주년이라는 의미 자체도 크지만, 네 멤버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K팝 그룹 마의 7년’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 지가 큰 관심이다.

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데뷔 7년 후 재계약을 하는 시점에서 많은 그룹들이 변곡점을 겪었다.

현재 블랙핑크는 오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월드 투어 ‘본 핑크’ 일정이 예정돼 있다. 업계는 이달 말에 블랙핑크·YG 재계약 건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계속 협의 의지를 갖고 있을 경우 계약 만료 이후에도 기존 계약 조건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해나가는 경우도 있다.

◆블랙핑크, 곧 K팝 걸그룹의 역사

블랙핑크는 2016년 8월8일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붐바야’를 내세운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으로 데뷔했다.
화려한 외모로 대형 기획사 YG를 등에 업고 주목 받은 팀. 블랙핑크를 평가절하 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문구’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전까지 네 멤버 각자의 상당한 피·땀·눈물이 섞여 있었다.

배우를 꿈꾸다 비교적 뒤늦게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지수(28), 한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유학한 제니(27),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로제(26), 태국이 고국인 리사(26)까지. 이들은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했고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학창 시절의 추억이 쌓이지 않았다.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최초 K팝 아티스트 다큐멘터리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는 ‘셀럽 블랙핑크’가 아닌 인간 김제니(제니)·김지수(지수)·로제(박채영)·리사(라리사 마노반)를 톺아봤다.

‘소금. 산. 지방. 불’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한국계 미국인 캐롤라인 서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가장 많이 할애되는 건, 어린 시절 집을 떠난 멤버들의 마음이다.

다큐에서 로제가 집, 가족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연습생 생활을 쉽지 않았다. 멤버들은 매월 소속사 대표와 프로듀서 앞에서 개인·그룹평가를 받았다. 연습생 초반에는 ‘경쟁’에 몰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핑크 멤버들은 연습생 생활을 긍정했다. 제니는 “K팝을 K팝답게 만드는 건 연습생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 멤버가 어느 날부터 한 팀으로 움직이게 된 순간, 이들은 가족이 됐다.
블랙핑크 팀 이름은 가장 예쁜 색으로 통하는 핑크색을 살짝 부정하는 의미다.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반전의 의미를 담았다. 반대로 검은색처럼 무대 위 강렬함을 뽐내지만 사랑스런 매력도 숨기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또 특별한 상품 앞에 ‘블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특별한 걸 그룹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외모만이 이들의 무기가 아니라는 증거다. 특히 정규 2집 ‘본 핑크’는 강렬한 힙합을 기반 삼았다. 앨범에 실린 8개 트랙 중 3곡이 19금 판정을 받을 정도로 더 센 기운을 강조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블랙핑크 다섯 번째 멤버’라고 입을 모으는 YG의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 박은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에서 “블랙핑크는 유니크하며 다양한 문화의 결합”이라고 했다. 매체 노출이 극도로 적은 그는 블랙핑크를 위해 이 다큐에 출연했다.

양현석 프로듀서는 블랙핑크 론칭 당시 “예쁜 멤버들을 뽑았다고 음악까지 예쁘고 귀엽게 하고 싶진 않았다. YG의 스타일을 지켜가면서 다양한 색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가 가고 있는 길은 곧 K팝 걸그룹의 역사다.
작년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두 차트를 동시에 거머쥔 K팝 그룹은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뿐이다. 또 지금까지 K팝 그룹 중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곡을 가장 많이 올린 그룹은 방탄소년단(27곡)인데 블랙핑크가 9곡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또 K팝 걸그룹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걸그룹 역사도 다시 쓰고 있다. 걸그룹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08년 4월5일 자에서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이 ‘웰컴 투 더 돌하우스’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4년5개월 만이었다. 또 2001년 팝 수퍼스타 비욘세 등이 속했던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 21년 만에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거머쥔 여성 그룹이라는 기록도 썼다.

지난 4월엔 세계 최대 대중음악 축제로 통하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헤드라이너로 나서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돌고 있는 월드 투어 ’본 핑크‘는 150만명 규모로 K팝 걸그룹 최대 규모다. 지난달 15일엔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5만5000명 규모로 공연을 열기도 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또 다른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고급스럽다는 것이다. 제니, 지수, 리사, 로제 네 멤버 모두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각각 ’인간 샤넬·디올·셀린느·생로랑‘으로 불리며 명품 모델로 활약 중이다. ’고급 백화점 1층 점령 걸그룹‘으로도 통하는 이유다. 수많은 여성들이 따라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강렬한 음악과 이런 이미지들을 기반 삼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의 표출도 블랙핑크 인기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게 팬덤 아미가 있다면 블랙핑크에겐 팬덤 블링크가 있다. 남성 팬뿐만 아니라 여성 팬도 상당수다. 미국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세일럼 일리스도 블링크를 자처한다. 현재 블랙핑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040만 명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1위다. 억대 뷰 영상만 총 43편을 보유했으며 콘텐츠 누적 조회수 325억 회를 넘어서는 등 ’유튜브 퀸‘으로도 통한다.


◆재계약 두고 각종 설설설

현재 네 멤버의 향후 행보를 두고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YG 간판 프로듀서로 블랙핑크 멤버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춘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 이적설, 일부 멤버의 해외 에이전시 계약, 개인 기획사 설립 등의 설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없다.

재계약과 관련 YG와 블랙핑크 멤버들은 함구하고 있다. 이전 블랙핑크 멤버들의 열애설에 대해 따로 반응하지 않다가 최근 지수와 안보현과 열애 사실은 인정한 것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멤버들과 YG가 블랙핑크 브랜드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켜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K팝 걸그룹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며 향후에도 당분간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향후 월드 투어 일정도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YG 입장에선 블랙핑크라는 지식재산권(IP)이 절실한 상황이다. YG의 간판은 빅뱅과 블랙핑크인데 얼마 전 지드래곤마저 YG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현재 빅뱅 멤버 중 YG에 남아 있는 멤버들이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YG 보이그룹 간판인 ’트레저‘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최근 정규 2집 ’리부트‘로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지만, 더 성장해야 하는 팀이다. 향후 YG를 대표하는 또 다른 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신인 걸그룹 ’베이비 몬스터‘는 데뷔 전이다. 지난 5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9만원대를 찍었던 YG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7만7600원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