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르면 8일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미중 반도체 수출통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이 반발해온 추가 제재에 나선다는 것. 중국이 갈륨 등 희귀광물 수출 통제를 개시한 가운데 미국이 예정대로 투자제한을 단행하면서 미중 고위급 소통에서도 반도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 美, 동맹국에도 대중 투자심사 강화 요구
이번 행정명령에는 일정 수준 이상 첨단 기술에 대해선 대(對)중 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조항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제한 기준은 지난해 10월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규제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4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 시스템 반도체와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등 동맹국과의 투자 제한 행정명령 협의를 통해 유사한 수준으로 투자 규제 조치를 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21일 이뤄질 러몬도 장관의 방중과, 뒤이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에선 투자 제한 등 반도체 규제가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출규제 협의체 신설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인니 등 핵심 광물 생산국에 투자 경쟁
미중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 중요한 광물 확보를 두고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일 중국 푸단대가 발간한 올 상반기(1~6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리튬, 니켈, 구리 등의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광물 분야 투자액은 105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이 분야 연간 투자액(68억 달러)을 넘겼고, 2013년 일대일로 사업 시작 이래 광물 투자액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동안 일대일로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철도 및 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집중됐지만 광물 분야 투자 비중은 24.3%까지로 꾸준히 늘어났다. 중국은 올 2월 인도네시아에 16억1000만 달러(약 2조930억 원)를 투자해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와 니켈 처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 6월에는 볼리비아에 13억8000만 달러(약 1조7940억 원)를 투자해 리튬 추출 및 처리 공장 2곳을 지어 연간 20만 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전 세계 리튬 생산량 전망치(약 100만 톤)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이에 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5일 루훗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을 만나 핵심 광물의 중요성, 광물 채굴 환경 기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