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 발송 조사 결과 경보 받은 사람 거의 없어 구글 “당시 수백만명에게 전달했다”
올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카흐라만마라스 지역 건물이 파손됐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올 2월 초 튀르키예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강진에 따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진이 발생하기 전 또는 최소한 지진 발생과 동시에 경보를 울리고 지진 발생 지역 사람들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경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테크기업 구글이 나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진 경보 시스템을 공개했지만 올해 튀르키예 강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는 튀르키예에서 ‘구글 지진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경보 기능이 실패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구글은 앞서 2021년 6월 튀르키예에서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지진 경보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지진 발생 시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전달하는 게 시스템의 목표다. 애플 아이폰을 제외한 대다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규모 4.5 이상일 때 경보가 울리며 휴대전화 사용자가 ‘방해 금지 모드’로 무음 설정을 해도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전화기를 꺼놓은 상태만 아니라면 경고 신호가 울린다는 얘기다.
구글은 이 경보 시스템이 지진이 발생하기 1분 전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경보가 울렸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진 진원지에서 70∼150km 떨어진 도시인 아다나, 이스켄데룬, 오스마니예 등 3개 튀르키예 지역을 방문하고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큰 규모인 첫 번째 지진에서 경보를 전달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지진에서 경보를 받은 사람도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약 80%가 안드로이드 폰이다. 이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진 발생 당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쿠루 에르소이 튀르키예 지진 전문가는 “구글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매우 유익했겠지만 중요한 지진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럴드 토빈 태평양 북서부 지진네트워크(PNSN) 책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지진 조기 경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암묵적으로 약속했다면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며 “필수 생활 안전이나 공공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땐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책임지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