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더 파이널' 성료 케이스포돔서 3일 간 3만8천명 운집
삼자대면은 용기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슈가 |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더 파이널(SUGA | Agust D TOUR ’D-DAY‘ THE FINAL)’에서 방탄소년단 슈가·어거스트 디·민윤기가 마주한 걸 목격하고서 깨달았다.
“아직도 여전히 / 니가 난 그립고 또 그립네.” 이날 슈가가 무대로서는 처음 공개한 어거스트 디의 ‘어땠을까’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감히 그의 근심을 감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작업을 25회 이상 넘게 하고 이번 앙코르 공연으로 확실히 마주하며 정리해야 했을 테니, 그 감정 노동의 강도는 콘서트를 준비하며 감당해야 했을 물리적 노동보다 더했을 것이다. 슈가가 그간 보여준 당당한 솔직함과 예리한 진심의 무게를 감안할 때 당연한 추측이다.
이번 투어는 그래서 ‘해금(解禁)’의 자리였다. 가수의 노래는 가장 순수해졌을 때 노래의 목소리만 들린다. 금지하던 것을 풀어내는 것이자, 해방이기도 한 셈이다. 그때 노래는 슈가, 아미 그 누구 것도 아니고 그저 노래의 것이다. 즉 노래가 부른 노래다. 그럴 때 노래에 쏟아부은 상처, 아픔,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노래 홀로 스스로를 부르는 것이다.
슈가가 슈가, 어거스트 디 각각의 자아를 분리한 건 이런 노래 미학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래가 자기 품을 떠나 누구 것인지 모르는 경지에 이르면 타자의 목소리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이번 투어가 슈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리이자 그 위로의 순간에 아미를 자연스레 끌어들이며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슈가가 거침 없는 욕을 내뱉을 때 객석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까닭이기도 하다.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때 자신이 온전하지 않으면 그 목소리는 왜곡될 위험이 크다. 단단한 신념으로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는 슈가는 이번 콘서트로 자신의 온전한 심지를 증명하며 편견도 걷어냈다. 그 만큼 새로운 지지자들도 생겼으리라. 공연에 가수로서 자아의 가치관을 많이 투영한다는 이 공연형 뮤지션은 이렇게 투어의 피날레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런 그의 곁엔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아미가 있다. 지난 4일부터 사흘 내내 열린 이번 콘서트엔 각각 정국, 지민, RM(김남준)이 게스트로 나와 듀엣하고 솔로곡을 들려줬다. 이날엔 군복무 중인 진·제이홉이 휴가를 나와 객석에서 응원했다.
앞서 슈가는 ‘어거스트 디(Agust D)’(2016)를 시작으로 ‘디-투(D-2)’(2020)를 거쳐 그리고 지난 4월21일 마침내 공개한 ‘디-데이(D-DAY)’로 ‘어거스트 디 트릴로지(3부작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디-데이’가 어거스트 디로 하고 싶었던 메시지 틀로는 마지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이 어거스트 디의 마침표였던 셈이다.
그러기 위해선 슈가, 어거스트 디 그리고 민윤기가 진지하게 대면하며 공증 받는 자리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아미가 함께 한 이번 솔로 투어였다. 그렇게 슈가는 ‘디-데이’에 다시 태어났다. 굿바이 어거스트 디. 확실한 마무리도 슈가답다.
마지막 곡도 ‘마지막’(The Last)이었다. “내 주소는 아이돌 부정은 안 해 / 수 차례 정신을 파고들던 고뇌 / 방황의 끝 정답은 없었네 / 팔아먹었다고 생각했던 자존심이 이젠 나의 자긍심 돼.”
슈가는 이번 콘서트로 방탄소년단 멤버들 중 첫 솔로로 케이스포돔에 입성했다. 3일 간 총 3만8000명이 운집했다. 슈가는 마지막에 “다시 서울에서 공연할 땐 우리 형제 7명 함께 무대에 서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