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4번째… 원폭희생 한인 추모 재일동포-한일학생 등 200명 모여 韓정부기관 첫 재외동포청장 참석
5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한국인 추모 위령제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한국인을 추모하는 위령제가 5일 현지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이날 위령제에는 재일동포 및 한일 양국 학생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했다. 올해 54번째를 맞은 한국인 위령제는 매년 원폭 투하 전날인 8월 5일에 열린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이날 위령비에 헌화하고 “희생된 우리 동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원한과 증오는 버려두고 편히 잠드소서”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위령제에서는 최근 1년간 사망이 확인된 피폭자 8명을 더해 희생자 총 2810명의 명부가 위령비에 바쳐졌다.
올 5월 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인 위령비에 참배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이미 전세가 기울었음에도 무리하게 ‘전 국민 항전’을 주장하며 항복을 거부하자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렸다. 사망자 20만여 명 가운데 징용이나 이주 등으로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한국인 2만 명도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원폭 투하 78주년을 맞아 히로시마에서는 6일 일본 정부가 주최한 원폭 전몰자 위령식 및 평화기원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원폭이 투하된 시간인 오전 8시 15분 추모 묵념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는 없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