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논란에 대해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김현탁 교수에게 물어봤다. 사진은 인터뷰 영상썸네일.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LK-99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이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 연구교수는 씨즈와의 인터뷰에서 “300K(27℃)에서 LK-99의 반자성으로 자화되는 정도(magnetic susceptibility)가 흑연보다 5450배 크게 나왔는데, 이는 초전도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는 LK-99를 초전도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게다가 임계온도에서 저항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LK-99가 초전도체가 되는 원리를 묻는 말에는 “이런 초전도 현상은 BCS 이론을 보강한 BR-BCS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BR-BCS 이론은 김 교수가 2021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레포츠’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씨즈가 화상 인터뷰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 연구교수를 만났다. 인터뷰 내용은 유튜브 채널 ‘씨즈’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O6vRNaBd5CM
전문가들의 검증 열기
전문가들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8월 2일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하며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시편을 제공하면 상온 초전도성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물질을 만들어봤지만 재현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보고도 있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징 항공한천대 연구팀 등이 이런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렸다.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징 항공한천대 연구팀 논문을 소개한 씨즈 유튜브 영상 갈무리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한편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에 긍정적 무게를 두는 보고도 있다. 마찬가지로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린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팀은 LK-99가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도 LK-99 제조법을 따라 물질을 만들어 LK-99보다 더 강한 ‘마이스너 효과’를 관찰했다는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렸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성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초전도체가 내부로 자기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화중과기대 연구팀은 자신들이 만든 물질을 자석 위에 뒀더니 공중에 뜨는 현상을 영상으로 찍어 올린 뒤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주장했다.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팀이 LK-99를 똑같이 만들어 봤다며 올린 영상.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은 현재 아카이브에 2개가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김현탁 교수는 “원래는 공인된 학술지에 먼저 제출해 심사가 끝나기 직전에 아카이브에 올리지만, 이번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며 “먼저 올라간 논문은 저자의 동의를 모두 받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논문 중 두 번째 올라간 논문은 현재 학술지 APL 머티리얼스에 제출돼 심사를 받고 있다.
모든 초전도 현상 설명하는 이론, 아직 없어
LK-99에 대한 검증 열기가 이토록 뜨거운 것은 상온과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11년 수은이 영하 269.2℃(4.2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게 최초로 밝혀진 후, 100년이 넘도록 상온과 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이 보이는 물질은 매우 낮은 온도가 필요하고,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매우 높은 기압이 필요했다. 이런 탓에 MRI 등에서 초전도체가 사용되고 있지만 냉각재가 필요한 등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BCS 이론으로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세 명. (출처 : nobelprize.org 갈무리)
BCS 이론은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그 이유를 설명해 내지만, 이론에 따르면 영하 243℃(30K) 이상에서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영하 243℃(30K) 이상의 초전도체는 꾸준히 발견돼 왔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초전도체 LaH10은 임계온도가 영하 25℃에 이른다. 주변 압력이 대기압의 150만 배가 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초전도체의 임계 온도를 발견 연도에 따라 정리한 그래프. 가로축은 연도를, 세로축은 온도를 나타낸다. 오른쪽 맨 위 ‘Room T’라고 적힌 선이 ‘상온’을 나타낸다. 2020년에 발견됐다고 표시된 CSHx는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네이처에서 논문이 철회됐다. (출처 : PJRayderivative, B. Jankuloski, Wikimedia Commons)
정국채 한국재료연구원 자성재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BR-BCR 이론이 아직 학계의 주류 이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원병묵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이론도 실험적으로 맞다고 인정받기까지 10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BR-BCS 이론에 대한 논문은 LK-99 논문과 달리 학술지에 정식으로 게재됐지만, 실제로 과학계에서 널리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기다려 봐야 한다는 뜻이다.
LK-99 논란을 요약한 유튜브 채널 ‘씨즈’의 영상
https://youtu.be/0WAQDkocnLk
이다솔 기자 dasol@donga.com
신수빈 기자 soobin@donga.com
정용환 인턴PD
임서연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