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사건 이후 온라인 예고글 빗발쳐 검경 ‘살인예비’ 등 형사법 적극 적용 방침 경북서 흉기 사진 올려 ‘살인예비죄’ 적용 글 올린 후 ‘터미널 흉기 활보’ 20대도 판례는 ‘고의성’ ‘실질적 외적행위’ 등 요건 전문가들 신중론…“사안별 의도 밝혀야”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살인예고 글’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검·경은 단순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죄’ 적용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살인예비죄는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인 중범죄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사례에 대한 구체적 정황을 살피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동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살인예고’ 글을 올려 검거되는 사례가 매일 늘어나고 있다.
검·경은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화 통화를 하며 살인예고 및 흉기난동 관련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단순 협박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혐의를 적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장은 전날 긴급회의에서 온라인 살인예고 글에 대해 단순 협박죄 외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적극 적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역시 같은 방침을 밝혔다.
실제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글을 게시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에게는 협박 혐의가 적용된 반면, 이달 2일 경북에서 인터넷 게임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 살인예고 글과 흉기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혐의로 구속된 30대에게는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됐다.
문제는 예고 글을 올려 검거된 이들 중 다수가 장난성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고, 이 중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검거된 이들은 54명으로 하루 사이 5명이 추가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 중 57.6%인 34명은 10대로 밝혀졌다.
대법 판례상 ‘살인예비’는 살인을 행할 목적 외에 살인 준비에 관한 고의가 있어야 하고, 실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행위를 갖춰야 한다.
여기서 준비 행위는 물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고 특별한 정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단순히 범행 의사 또는 계획만으로는 그것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객관적으로 봐서 살인죄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를 필요로 한다.
대법 판례에 비춰봐도 단순히 인터넷에 살인을 예고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행위만으로는 살인예비죄 성립은 어려워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만큼 살인예비죄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검경 의사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별 사례 수사를 통해 적용 법조를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상) 텍스트만을 가지고 살인예비죄로 판단하는 것은 안 되고 살인에 대한 충분히 위험성을 갖는 준비행위가 있을 때 살인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흉기 구입의 경우 당사자는 장난 삼아 샀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살상용 무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를 통해 검찰이 공소유지에서 구체적인 타당성에 따라 판단할 부분”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전에도 (살인예고와 같은) 유사 글을 올렸다면 장난이라고 해도 반복됐을 경우 이를 ‘의도’라고 읽고 수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구체적인 행위 없이 장난성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까지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고, 모든 사건을 이렇게 규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이어 “살인예비는 결국 살인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마음 속에 있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여러 정황을 갖고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사안에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사안 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