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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날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하는 배우로”

입력 | 2023-08-08 03:00:00

영화-드라마-연극 활약 ‘대세 배우’ 손석구
“다음 작품 가장 욕심나는 장르는 멜로”
연극 가짜연기 발언 논란엔 “내 말실수”
2년전 단편영화 연출… 시리즈 집필중



연극, 드라마, 영화 등을 오가며 다작하는 배우 손석구는 작품 선택 기준으로 ‘감독’을 꼽았다. 그는 “나만의 해석과 색깔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주는 연출가라면, 캐릭터와 제 내면의 색깔을 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인간 손석구의 인생에 무엇이 남았나’를 들여다보곤 합니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우 손석구(40)의 말이다.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 활동을 할 때마다 교훈을 얻거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가치관이 하나씩 생겨난다”며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들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단 몇 줄 문장으로라도 제게 남은 것을 기록해 놓는다”고 말했다.

위쪽부터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영화 ‘범죄도시2’에서 연기하는 손석구의 모습. 디즈니플러스·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엠피엔컴퍼니 제공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다 2017년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시즌2로 본격적인 매체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19년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비서실 선임 행정관 차영진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2021년)에서 일도 연애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주인공 ‘우리’ 캐릭터를 지질하면서도 유쾌하게 연기했고, 영화 ‘범죄도시2’(2022년)에선 악역으로 변신해 카리스마 있는 매력을 뽐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1·2에선 103사단 헌병대 대위 임지섭을 맡아 열연했다.

최근 6년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의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손석구는 “대중이 나를 지겨워하기 전에 제가 먼저 저를 지겨워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그래야 한발 앞서 변해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면 그만큼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해요. 작품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인간 손석구로서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변하기 위해 노력하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나무 위의 군대’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가짜 연기’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올 6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35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에서 마이크를 차고 연기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 연극 할 때 나보고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마이크를 붙여주든가 하지. 왜 그렇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연극을 관뒀다”고 발언한 것. ‘가짜 연기’ 발언을 두고 선배 배우인 남명렬, 이순재 등이 “오만하다”며 그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석구는 이날 “제가 말실수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짜 연기, 가짜 연기의 정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말을 길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연기는 연기다. 어떤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명실공히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는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간단명료하게 “네”라고 답하며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너무나 명백하게 전에 비해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하하.”

다작하는 배우이지만, 그는 가장 욕심나는 장르로 ‘멜로’를 꼽았다. 그는 “최근 남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 속에서 강한 느낌의 배역을 맡다 보니 멜로 등 다른 장르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2021년 왓챠 오리지널 숏 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단편영화 ‘재방송’을 연출한 바 있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그런지…. 빨리 도전하고 싶어요. 요즘 시리즈물 대본도 직접 쓰고 있습니다. 하하.”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