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현장. TSMC 제공
한국으로 유입되는 반도체 장비 규모가 줄고 있다.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들의 지난해 대(對)한국 수출 총액은 166억410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미국과 대만, 일본 등으로는 모두 수출이 늘어난 반면 한국은 중국(―18.7%)과 함께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도체 장비 유입은 주로 공장 신설, 증설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 동력의 약화를 경고하는 우려스러운 신호다.
주요국들로 향하는 반도체 장비의 유입 변화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도가 본격화하면서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미국은 ‘디리스킹’을 통한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와 자국 제조업 육성 전략을 동시에 앞세워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손잡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일본 또한 장비 수입이 17.5%나 증가했다. 신설 파운드리 업체 ‘라피더스’ 육성과 함께 TSMC 공장, 마이크론 증설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 일본의 반도체 부활 움직임은 특히 공격적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재편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채 국내 투자 공동화 현상에 부딪힌 상황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반도체 경기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 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조차 아직 감산과 투자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복 탄력성이 약화된 시기에 국내 투자마저 계속 감소하면 반도체 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주도권까지 놓치게 될지 모른다. 안보 위협에 대처할 ‘실리콘 방패’로 반도체 핵심시설과 첨단장비를 자국 내에 유지하는 대만 사례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