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장갑차 옆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온라인상에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모바일 채팅방에 ‘특정인을 살해하겠다’는 글과 함께 미리 구입한 흉기 사진을 찍어 올린 30대 남성이 구속되는 등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가 검거된 사람이 65명에 이른다. ‘인천 계양역에서 20명을 죽이겠다’ ‘에버랜드에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 다 죽일 거다’ 등 구체적이고 섬뜩한 글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밖에 나가기 겁난다’고 호소한다. 불안감에 스프레이나 3단봉 등 호신 장비를 찾는 이들도 많다. 경찰이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성남 서현역 등지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면서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일이 수도권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서다 보니 지하철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오인 신고에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다 다치는 일도 있었다. 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박탈감이 투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빈부 격차, 취업난과 입시난, 심리적 고립감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이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장난으로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시한폭탄 같은 외톨이들이 사회적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복지를 제공하고, 상담과 교육을 통해 유대감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살인예고 같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전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묻지 마’ 범죄와 살인예고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