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리자한복
2일 서울 종로구 이리자한복에서 황의숙 대표(왼쪽)가 기자에게 아동용 한복을 보여주고 있다. 이리자한복은 내년부터 아동 맞춤용 한복을 만들어 한복이 더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손님이 최고로 예뻐 보일 수 있도록 한복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가게의 신념이다.”
서울미래유산인 ‘이리자한복’의 황의숙 대표(66)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복점 피팅룸에서 빼곡히 쌓여 있는 옷감들 중 기자의 얼굴에 어울리는 옷감 두 가지를 권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밝은 초록색 옷감과 함께 짙은 에메랄드색은 치마로 맞추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감이 다르다”며 “우리는 그 색을 맞춰 손님을 빛나게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전통에 ‘멋스러움’을 더한 한복
이리자한복은 한복의 패션화와 세계화를 이끈 1세대 한복 디자이너 고 이리자(본명 이은임) 씨가 1966년 문을 연 가게다. 처음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아이디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개업했고, 현재는 이 씨의 장녀인 황 대표가 가게를 물려받아 이리자한복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60년 가까이 한복을 만들어 온 이리자한복을 2020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씨는 1970년대 한국인의 체형을 보완해주는 서양식 드레스 같은 한복을 개발하며 유명해졌다. 당시 한복은 일자로 허리에 주름이 잡히는 항아리 모양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밑단이 퍼지는 ‘A라인 치마’를 디자인했다. 또 1975년 국내 최초로 한복 작품 발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복 디자이너’라는 말도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 등 역대 영부인들의 한복을 만들기도 했다.
● “대를 잇는 한복가게 장점 알리고파”
이리자한복의 가장 큰 장점은 ‘옷감’이다. 이들은 2015년경까지 경남 진주와 충남 서천(한산)의 한복 옷감 생산 업체와 단독 계약을 해 최고 수준의 명주 모시 등의 옷감을 직접 생산했다. 황 대표는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고 한복 산업이 점차 기울면서 지금은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그동안 생산해둔 옷감을 사용하고 있다”며 “남은 옷감으로 10년 이상, 2000벌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딸에게 “돈을 벌기 위해서만 옷을 만들지 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리자한복이 최근 시장의 수요가 높은 대여한복점 등 대신 개인 맞춤형 한복 제작에 집중하는 이유다. 황 대표는 “좋은 옷감으로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옷을 다른 손님에게 싼 비용으로 대여하고 싶진 않다”며 “그런 신념을 지키며 영업할 수 있는 건 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리자한복은 내년부터 한복 대중화에 좀 더 힘쓸 계획이다. ‘대를 잇는 한복점’의 멋스러움을 살려 한복이 더 사랑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손님이 찾아오는 가게가 아니라 대중과 더 소통하며 찾아가는 가게가 되고 싶다”며 “요즘 아이들 돌 한복이 거의 비슷비슷한데 퀄리티 있는 아동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