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기식 중고거래 공개토론
직장인 A 씨(35)는 올해 초 생일에 지인들로부터 받은 홍삼과 종합비타민을 아직 포장조차 뜯지 못하고 있다. 홍삼은 체질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 꺼려졌고 종합비타민은 평소 그가 즐겨 먹는 다른 제품이 있어서다. 최근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방문했다가 답례품으로 받은 홍삼 엑기스(진액) 한 박스 역시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A 씨는 “생일 때마다 몇몇 선후배가 건강 챙기라며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건강기능식품들을 보내주고 있다”며 “먹지 않는 제품을 중고로 팔려고 해도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가 불가능해 처치 곤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홍삼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중고거래가 금지돼 발생하는 각종 불편을 완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지난달 27일 건기식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예비회의를 열었다. 이달 4일부터는 일반 시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온라인 공개 토론도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선물로 건기식을 주고받는 경우가 늘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약품과 달리 건기식은 복약지도가 필요 없고 대부분 상온에서 저장이나 유통이 가능해 개인이 보관해도 변질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체질이나 취향에 따라 건기식을 선물 받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기식 업계 등은 개인 간 재판매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고거래를 악용한 불법 유통업자가 늘어날 수 있고 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속여 거래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대량 구매한 뒤 비싼 값에 재판매하는 등 유통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에 따라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데 개인 간 거래에선 안전성과 제품의 품질을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10일까지 온라인 공개 토론을 진행한 뒤 관련 부처의 의견을 청취하고 위원들 간 협의 과정을 통해 제도 개선 권고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결론이 나기까지 2개월에서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