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현병 발병후 치료까지… 평균 56주 WHO 권고의 5배

입력 | 2023-08-08 03:00:00

[‘외톨이 테러’ 공포]
청년층에 발병 많은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시스템 구축 절실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이어지면서 중증 정신질환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현병은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바로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70∼80%는 한두 달 내에 증상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조현병 발병 후 치료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약 56주(2023년 기준)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간(12주)의 약 5배에 달한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증상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이 길다는 의미다. 그럴수록 재발 가능성은 높고 예후가 좋지 않아 각종 범죄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증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견-조기 치료’하는 시스템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에 대한 상담이 활성화되는 것과 달리 초기 조현병 환자가 빠르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통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 예산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급성기 치료에 투자하기도 벅찬 현실”이라고 전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에 따르면 올해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전체 보건 예산의 2.6%로 미국 등 선진국 평균인 5%의 절반 수준이다.

조현병은 남성 15∼25세, 여성 25∼35세에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청년에 특화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호주는 2011년부터 청년들이 자주 찾는 쇼핑몰이나 대학가에 초기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청년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센터를 세워 치료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환자가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증상이 약간만 호전되면 환자가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가족들이 ‘이제 그만 먹어도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교수는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듯 조현병 환자들도 외래 진료를 잘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