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태경이(왼쪽). 선천성신경섬유종을 앓고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태경이 옆에서 아버지 이경문 씨가 신경섬유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사·기자
세번째 주인공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13세 태경군이다. 신경섬유종은 대부분 10세 전에 진단되는 양성 종양이다. 안면 및 전신 척추 주위, 심하면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깊은 위치까지 발생하는 질환이다. 태경이는 몸 여기저기에 생긴 신경섬유종을 제거하기 위해 현재까지 큰 수술만 20번을 받았고 한계에 도달한 지금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다. 기대수명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태경이. 그의 아버지 이경문 씨를 직접 만났다.
―선천성신경섬유종은 어떤 질환인가?
―태경이는 어떻게 진단이 됐나?
“2011년도에 태어나면서 부정맥을 좀 심하게 앓았다. 검사를 하는 중에 몸에 신경섬유종의 대표적인 증상인 ‘밀크반점’이 보였다. 인근 병원에 갔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병원을 무려 20곳 넘게 다녔다.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를 찍어보고 조직세포를 검사해서 5개월 만에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선 빨리 진단받은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대표적인 증상은?
“신경섬유종은 피부로 발현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태경이는 밀크반점뿐만 아니라 MRI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안에 신경섬유종이 다 퍼져 있었다. 돌도 지나기 전에 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로 매년 2회 이상 그러니까 20번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가장 큰 수술은 태어나서 8개월 때 귀 부위와 어깨, 팔까지 종양이 자라서 붙는 바람에 이를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서울아산병원 8개 과가 총투입이 됐고 수술이 14시간 진행됐다.”
“최근 의사로부터 수술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다행히 외국에서 이 질환에 대한 신약이 나와 현재 임상에 참여 중이다. 신경섬유종의 크기를 줄여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하는 약이다. 태경이는 임상 약을 복용한 이후로 종양이 자라지 않아 안심하고 있다.”
―수술 자국도 많아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수영장, 대중목욕탕 같은 곳을 마음 편히 가지는 못한다. 또 신경섬유층 자체가 피부에 밀크반점들을 보이고 표피에 울퉁불퉁하게 올라온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반팔을 입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조심스럽다. 태경이가 성격이 워낙 착하고 긍정적이다 보니 스스로 잘 극복 중인 게 대견스럽다. 하지만 태경이도 커가면서 자신의 병을 더욱 잘 알아가는 편이라서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게 부모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