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NOW] 캐릭터 생일 광고하고 파티 열어 헌혈증도 기부… ‘취향 존중 시대’ ‘산리오’ 협업 제품 매진 행렬 만화 속 음식 현실 세계서 인기
5월 22일. 별 특별한 것도 없는 이 날짜는 농구를 소재로 한 일본의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정대만의 생일이다. 팬들은 카페를 빌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2D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한다. 생일 파티가 벌어진 카페는 잘 기획한 전시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주로 음료를 판매하지만, 컵, 노트, 스티커, 인형 등 팬들의 재능 기부로 제작된 기념품(굿즈)도 준비돼 있다. 만화 속에 등장한 정대만의 방을 실제 존재하는 방처럼 꾸민 포토존도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 행사는 누가, 왜 기획했을까? 정대만 같은 캐릭터의 생일은 또 어떻게 알려졌을까?
농구 소재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정대만의 생일을 맞아 팬들이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내건 생일 축하 광고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현실 세계에서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슬램덩크 정대만 광고진행 트위터 캡처
이디야커피가 산리오와 협업해 내놓은 음료와 쿠키 등 관련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제품과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이디야커피 제공
웹툰 주인공의 생일을 오프라인 이벤트로 축하하고, 영화에 등장한 간식을 실제 제품으로 소비하는 것처럼, 콘텐츠가 계속해서 미디어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캐릭터 키링을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일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무조건적 애정을 표현하며 재미를 찾는다. 예전에는 콘텐츠가 결합된 상품을 소비하는 행동을 ‘어린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나만의 뚜렷한 취향을 가진 것으로 보고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낸다. 취향이 같은 타인을 만나 서로의 팬심을 확인하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콘텐츠는 지루함을 극복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에 소비자는 한결같은 제품, 한결같은 장소에 싫증을 쉽게 느낀다. 그런데 콘텐츠를 덧입은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새롭게 인식될 수 있다. 예컨대 앞서 설명한 영화 콘셉트의 식당은 두 달마다 테마가 되는 영화를 바꾸는데, 이때마다 소품,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메뉴도 영화에 따라 완전히 교체된다. 따라서 해당 식당을 자주 방문하는 소비자라 할지라도 늘 새롭다고 느낀다.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처럼, 제품과 브랜드에 소비자의 가장 사적인 취향을 담아야 한다. 단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자는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과 브랜드가 고객 취향과 경험을 확대하는 매개체가 될 때, 비로소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