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새만금 철수 버스로 8일 전북 부안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를 위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부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한 가운데 잼버리 담당 행정 기관들이 늑장 준비로 행사 파행을 자초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6년 전 개최지가 선정되고 예산이 거듭 증액됐으나 행사 직전에야 본격 공사를 시작하고 예산은 제때 쓰지도 않았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던 행사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건 관재(官災)라 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가 잼버리 공사 발주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하수도를 포함한 기반시설 공사를 시작한 때가 2021년 11월이다. 잼버리 안전도를 미리 점검하는 프레잼버리 개최 예정일이 지난해 8월이었다. 프레잼버리 전에 끝내야 할 공사를 9개월 앞두고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프레잼버리를 취소한다’고 했는데 코로나는 핑계였고 준비가 안 돼 못 한 것 아닌가.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는 올 3월에야 시작했다. 발주가 늦어져 계획 물량의 43∼67%만 설치하고 끝났다. 행사 조직위는 “이러다 큰일 난다”는 업체의 잇단 경고를 무시하다 지난달 장마로 영지가 침수되자 “(행사가 진행되는) 12일만 버티게 해 달라. 공무원 수백 명 날아가게 생겼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어제 성명을 내고 “잼버리 100년 역사상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폭염과 태풍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을 비판한 것이라 봐야 한다.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예산 집행 내역과 사업 진행 경과를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져 잼버리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150여 개국 참가 대원들이 귀국길에 오를 때까지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