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위해 ‘올인’을 외친 프로야구 롯데가 ‘미래 전력 강화’를 선언한 키움에 구단 최다 연패 타이를 안기고 2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에이스 안우진을 내세운 키움을 3-1로 꺾었다. 이날 경기 전 서튼 감독은 향후 경기에서 반즈와 윌커슨이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우리는 플레이오프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가을야구를 위해 ‘다걸기’를 선언한 셈.
이날 키움 에이스 안우진과 맞대결을 펼친 반즈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오며 안우진에게 밀리지 않는 투수전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8일 승리 후 서튼 감독(오른쪽)과 하이 파이브 하는 김민석. 롯데 제공
○ 키움 킬러 김민석 3안타, 5출루…안우진 상대 OPS 1.196
이날 양 팀 선발투수는 5회까지 나란히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6회 2사 후 김민석이 쳐낸 안타가 안우진의 강판을 이끌었고 이 안타가 결과적으로 팽팽했던 투수전의 균형을 깼다.
키움 벤치는 김민석의 안타 후 이날 공 104개를 던진 안우진을 이명종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앞선 두 타석에서 안우진에게 안타를 치지 못했던 노진혁이 좌중간으로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다만 충분히 실점 없이 단타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이 공을 중견수 도슨이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는 포구 실책이 나왔다. 그 사이 김민석은 홈을 밟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도 키움전에서 4할 타율로 특히 강했던 김민석은 이날 3안타, 2볼넷으로 데뷔 첫 5출루 경기를 했다. 김민석은 앞선 4경기에서 연속해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며 주춤했지만 이날 상대 선발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이후에는 연속해 우전안타를 쳐냈다. 김민석은 안우진 상대 OPS가 1.196(출루율 0.625, 장타율 0.571)에 달한다.
○ 키움 “냉정 찾자” 최원태 트레이드 이후 9연패
키움은 14년 만에 구단 최다 연패 타이인 9연패에 빠졌다. 공교롭게 지난달 29일 투수 최원태를 LG에 내주고 내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를 받는 트레이드를 한 이후 패배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키움은 “우리 구단은 2022시즌이 끝난 후 정상 정복을 위해 나름대로 전력 강화를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조금 더 냉정을 찾고 구단의 현재 전력상 약한 부분 보강과 미래 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간판타자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3개월 재활이 필요한 수술을 받은 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올 시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차갑다. 키움은 넥센 시절이었던 2009년 5월6일~5월17일 더블헤더 1차전까지 9연패를 당한 바 있다. 이제 1패만 더하면 창단 최다 연패 기록을 쓸 위기다.
104구를 뿌리며 5와 3분의 2이닝 1실점(비자책점) 역투했지만 팀 연패를 끊지 못하게 된 안우진. 뉴시스
그러나 9회초 롯데 안권수-이정훈-안치홍의 연속안타로 곧바로 1-2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진 1사 주자 1, 2루 상황. 직전에 동점포를 쏘아 올리고 영웅이 됐던 김휘집이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대주자로 투입됐던 이학주가 홈을 밟으며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급격히 반전됐다.
○ 하늘에 닿은 KIA 팬들의 ‘기우제’
광주에서는 KIA 양현종이 갑자기 내린 비 덕분에 대량실점을 면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1회부터 5실점을 하는 등 2회초를 마칠 때까지 이미 공 40개를 던지며 피안타 9개, 8실점(6자책점)으로 고전했다.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으로 지난달 25일 이후 2주 만에 복귀전이었던 LG 선발투수 플럿코 는 1과 3분의 1이닝까지 실점 없이 잘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2회말 1사 주자 1루 KIA 이우성의 타석에서 비가 거세지며 ‘우천 중단’이 선언됐다.
8일 광주 LG-KIA전 우천 중단으로 기다리던 중 ‘우천 취소’를 염원하고 있는 KIA 팬들. SPOTV2 중계화면 캡처
○ NC 페디 7이닝 무실점, 시즌 15승…SSG는 18이닝 연속 무득점
3위 NC는 에이스 페디의 7이닝을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2위 SSG를 2-0으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페디는 시즌 15승(3패)을 올렸다. 이날 SSG 역시 에이스 김광현이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나 팀 타선에서 1점도 뽑지 못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직전 경기에서 롯데에 ‘팀 노히트노런’을 헌납했던 SSG 타선은 이날 안타를 4개 기록하긴 했지만 득점에 실패, 18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 중이다.
○ KT, 선발투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로 2연승
수원에서는 KT가 선발투수 쿠에바스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한화에 7-2 승리를 거뒀다. 직전 경기에서도 고영표의 7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7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로 승리했던 KT는 이날은 쿠에바스의 QS+로 2연승을 달렸다.
한화는 선발투수 산체스가 5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지며 힘든 경기를 했다. 한화는 0-2로 뒤지던 2회초 4~6번 타자 채은성, 문현빈, 김인환이 연속 안타를 기록했지만 모두 단타로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이후 단 한 번도 연속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한화는 9회 2사 후에도 볼넷-사구-볼넷을 얻어내며 한 점을 추가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정수빈의 ‘입추’ 알람
두산은 안방 삼성전에서 1번 타자 정수빈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이 터져 앞서나간 뒤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5-3 승리를 거뒀다. 정수빈의 시즌 1호포가 터진 이날은 공교롭게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였다. 2015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정수빈은 프로 데뷔 후 가을야구 때마다 남다른 활약을 펼쳐 ‘추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9일 선발투수
△잠실:삼성 원태인-두산 알칸타라 △문학:NC 최성영-SSG 엘리아스 △광주:LG 이정용-KIA 이의리 △수원:한화 페냐-KT 엄상백 △고척:롯데 박세웅-키움 후라도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