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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지구…‘탄소 배출’이 원인이 아니라고?

입력 | 2023-08-09 09:58:00

지구 온난화 넘어 열대화 우려 틈타 또다시 꿈틀대는 음모론
美 플로리다주, '지구온난화' 부정 비디오 교내 교육용 영상으로 승인
"기온 변화가 자연 현상"이라는 기후 부인론자…학계 "근거 부족하다"




8일 절기상 입추인데도 여전히 서울 최고 기온은 35도로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섭씨 20.96도(유럽중기예보센터 측정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겨울이어야 할 남반구에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학계는 이러한 이상 기후가 전세계 탄소배출이 가속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이른바 ‘기후 부인’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한 주(州)는 최근 기후 부인 관련 영상 자료를 교육용으로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교육부는 최근 프레거 대학교 재단이 제작한 기후 부인 관련 비디오를 학교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프레거 대학교는 미국 보수 성향 유튜버인 데니스 프레거가 세운 조직이다. 이름이 대학교지만 학술 기관으로 인정받지 않았다. 프레거대 재단은 정치, 경제 등 사회적 이슈를 보수 우파적 시각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에 프레거대 재단이 승인받은 기후 관련 비디오는 ‘기후운동가는 나치다’, ‘풍력과 태양열은 지구를 오염시킨다’, ‘최근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폭염은 자연적인 온도 변화 주기에 반영한 것’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10대로 설정한 영상 속 주인공은 부모님으로부터 ‘지구 기온은 항상 식고 따뜻해져 왔다는 점’,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신뢰할 수 없고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듣는다.

기후 부인론자들이 현재 기온 상승을 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으로부터 5억여년 역사를 보면 현 지구 평균 기온인 14.9도가 10도에서 30도까지 주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예베르 박사, 미 항공우주국(나사) 기상 분야 연구자였던 존 씨온 박사 등이 펼쳤던 논리와 같다. 씨온 박사는 2015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신 수단 발달로 기상재해 피해가 빠르게 전파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재해 피해액도 증가할 뿐”이라며 “지구온난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기온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 vs “기온 상승 속도 매우 빨라”

하지만 학계는 기후 부인론자들의 주장에는 ‘속도’라는 근거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가장 최근 온난화가 있던 5500만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에는 평균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랐다. 약 2만년 동안 기온이 5도 이상 오른 것인데 최근 기온 상승 속도와 비교하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880년대 당시 평균 기온은 13.8도였던 반면 2021년 기준 기온은 14.9도로 올랐다.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 당시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오르는 데 4000년 이상 걸렸던 반면 최근 기온 1도 상승은 100여년밖에 안 걸렸다.

특히 예베르 박사, 씨온 박사 등은 하트랜드 연구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어 돈을 목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주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트랜드 연구소는 지구온난화,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점 등을 부인하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주요 화석 연료 기업에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 부인론자들의 방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학계는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정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상 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구온난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199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55%에서 57%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가 57%로 상향하는 방안을 채택하면 오는 11월에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온실가스 감축을 더 강력히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