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 강한 빌딩풍이 몰아쳐 관광객들이 우산을 부여 잡고 힘겹게 걷고 있다. 2023.8.9. 뉴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상륙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8시께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와 함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눈에 보일 정도의 모래 바람이 회오리 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으로 인해 우산을 옆구리에 낀 채 모자를 뒤집어쓰거나 바람을 등지고 걸으며 힘겹게 발을 떼고 있었다.
강 씨는 “저 모래바람은 LCT 건물이 생긴 뒤부터 생긴 현상”이라며 “바닷가 근처라 태풍이 올 때마다 월파 대비를 해왔지만 강풍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한숨 지었다.
제10호 하이선 (HAISHEN)이 상륙한 2020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레지던스 호텔 유리 외벽이 강풍에 의해 깨져있다. 2020.9.7. 뉴스1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마린시티 역시 초긴장 상태이다. 오후 2시30분께 마린시티 부산영화의 거리에는 헬멧을 착용한 10여명의 경찰인력이 방파제 주변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 일대 고층건물 입주민과 인근 상인들도 일명 ‘빌딩풍’으로 평소에도 강풍에 시달리고 있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번 태풍 소식에 합판을 덧대고, 차수판을 설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씨는 “아침부터 창문을 닫아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집의 모든 창을 닫고, 바다 쪽 창에는 신문지를 붙여놨다”면서 “효과가 크게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유리창이 깨지면 가족은 물론, 행인도 위험해지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할 수 밖에 없다”고 불안해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가게 내부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 내부 수리를 해야 했던 한 카페는 큰 천막과 나무 한판 등으로 입구를 막아 대비에 총력을 다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에 합판과 차수판 등이 설치되고 있다. 2023.8.9. 뉴스1
이른바 ‘거북이 태풍’으로 불리는 카눈의 느린 이동 속도로 인해 오랜 시간 태풍의 위력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권 교수는 “초고층 빌딩 근처에서는 실제로 태풍 풍속의 2~3배 이상 돌풍이 불기 때문에 안내문자, 대피 조치로는 매번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차수벽을 설치하듯 방풍 펜스를 설치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대구청은 현재 빌딩풍 관련 대응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있다. 비상 1단계는 태풍 예비특보 발표 시 가동되며, 초고층 빌딩 관리자를 통해 입주민, 상가에 통행 자제 협조 공문을 발송한다.
태풍주의보·경보 발효 시에는 비상 2~3단계를 가동해 LCT, 마린시티 등 집중 피해 예상지역의 주변 차량과 보행자 통제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