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비용이 크게 늘면서 재정압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국가채무를 늘려서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올 하반기 기재위의 최대 과제로 재정준칙 통과를 꼽았다. 인터뷰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상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의 성과를 돌아본다면.
“올 3월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을 기재위 상정 두 달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많은 노력으로 통과됐다고 생각한다. K칩스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법안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첨단산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법률이다”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가 공급망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수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급망 안정화 기본법이 여야 논의를 거쳤다. 9월에는 여야 합의로 공급망법을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하반기 기재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 있다면.
“재정준칙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한국의 재정 여건이 좋다면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의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비용이 많이 늘어나서 앞으로 재정 압박이 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정도로 권고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서 보듯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는 재정적자가 크고 미국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한국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정책을 발목 잡는 행태는 국가적인 리스크라고 본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연간 재정적자 폭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정준칙 논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34개월째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국가 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증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큰 폭으로 뛰었다. 2018년 35.9% 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9.6%로 14%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 가운데 빚 증가 속도가 제일 빠른 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으면 2060년에 15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순위를 28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낮추면서 재정 여건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재정준칙과 사회적 경제법은 같은 맥락에 있는 법이 아니다. 타협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안으로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사회적 기업 물품 등을 구매하게 하는 법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세금으로 운동권을 지원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세법개정안 중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를 1인당 1억5000만 원까지, 양가를 합해 3억 원까지 늘리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가구당 평균 자산, 청년들의 평균 소득, 증여세 한도에 따른 혜택 인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 2022년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이 5억5000만 원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가구당 1억5000만 원 공제는 무리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제도가 안착하려면 최소한 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결혼 첫 출발점에서 3억 원까지 증여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고려해 적정선을 논의해야 한다.”
―적정선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을 고려하면 정부가 제시한 가구당 1억5000만 원도 적정하다고 본다. 다만 여야 간에 적정한 선이 얼마가 될지는 상당히 치열하게 논의해야 될 거라고 본다. 결국 어느 만큼의 국민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를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재위 차원에서 국세청과 통계청 등에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공청회도 할 생각이다. 당장 8월 임시국회에서부터 기재위에서 상당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올 4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기준 완화법을 처리하려다 여론 악화로 보류했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없는 건가.
“국가재정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가 기재위원장으로 있는 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상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의 재정건전화를 이루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올해 국세 수입이 최소 40조 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내년 예산에서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중장기 계획상 내년 정부 예산을 670조 원으로 가정하면 그중 10%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특히 정치색이 짙은 사회단체나 정부 사업,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을 진영에 상관없이 모두 개혁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는 국가보조금 제도를 원점에서 들여다볼 생각이다.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교육청 예산이나 복지전달체계 등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어디에 쓰였는지 감사, 필요하면 수사를 통해서 밝혀야 한다. 그 정도 규모면 충분한 시설을 하고도 남을 돈이라고 본다. 시설 확충에 안 쓰이고 어디로 갔는지는 감사를 해야 한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