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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서기석 KBS 이사 추천… 차기환 MBC 방문진 이사 임명

입력 | 2023-08-10 03:00:00

편파-방만경영 논란… 공영방송 변화 시동
徐, 정통법관 출신 원칙주의자
車 “MBC 재정부터 들여다볼것”
각각 두 이사회 이사장 유력 거론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70·사법연수원 11기)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고, 차기환 변호사(60·사법연수원 17기)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했다. “정통 법관 출신의 원리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서 전 재판관 등이 이사로 추천되면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공영방송의 변화 드라이브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각각 두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 전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청주·수원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2019년 헌재 재판관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언론노조 소속 KBS본부(제2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 때 재판장을 맡아 ‘사측은 KBS본부와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서 전 재판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판결에 대해 “법의 요건에 맞으니 법대로 인정을 해 준 것”이라고 회고했다. KBS 이사로서의 향후 활동 방향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 전 재판관의 이사 임명안을 재가할 경우 임기는 2024년 8월 31일까지다.

차 변호사는 보수 색채가 강한 법조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9∼2015년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2015∼2018년 KBS 이사회 이사로 일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로 일한 경험이 많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 대전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되는 등 여권 진영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차 변호사의 임기는 2024년 8월 12일까지다.

두 이사는 경력과 이력으로 보아 추후 각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이사장은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다수인 여권 추천 측의 연장자가 맡는 것이 관례다.

두 이사의 추천 및 임명으로 방만 경영과 편파성 등 논란이 이어진 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차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은 MBC의 방만 운영에 대해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상적으로 회사가 운영됐는지 회계, 재정적 문제부터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MBC가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 시절 국내외 각종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도 방문진이 이를 방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구종상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새 이사들이 합류하면 공영방송의 구조 개혁과 책임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치적 구도 변화도 시작됐다. KBS 이사회 정원은 11명인데 윤석년 전 KBS 이사(현 야권 추천)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문제에 연루돼 지난달 해임돼 현재 여권 4, 야권 6 구도다. 서 전 재판관은 윤 전 이사의 빈자리에 보궐 이사로 추천됐다. 서 전 재판관의 임명에 더해,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인 남영진 이사장까지 해임되고 이 자리도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야 6 대 5로 구도가 뒤집힌다. 차 변호사는 최근 자진 사퇴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현 여권 추천)의 후임 보궐 이사다. 방문진 이사회 정원은 9명인데, 차 변호사의 임명으로 다시 여야 3 대 6이 됐다.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인 야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가 해임되고 이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울 경우 여야 5 대 4 구도로 바뀐다.

이날 이사 추천 및 임명 안건은 김현 상임위원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