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준비 부실] 부지 선정부터 실패한 잼버리
배수가 안 돼 물이 차 있는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부안=뉴시스
● 기존 매립지 두고 ‘갯벌 메워 개최’ 강행
전북 부안군 새만금 3권역 관광레저용지가 잼버리 개최 후보지로 정해진 건 2015년 9월이었다.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가 “백지의 땅에 세계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무한대로 그려 넣을 수 있다”며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설득한 끝에 새만금이 다른 후보지였던 강원 고성군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정해졌고, 2017년 8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이를 확정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당시 새만금 내에는 신시∼야미 관광레저지구(6.3㎢) 등 매립한 지 10년 이상 지나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부지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전북도는 매립되지 않아 갯벌과 다름없는 8.84㎢를 개최지로 밀어붙였다.
매립공사는 2020년 1월 착공해 지난해 12월에야 마무리됐다. 부실시공 논란을 빚은 샤워장 등 영지 시설을 올해 3월에야 짓기 시작한 것도 부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지가 농업용지인 탓에 평지로 조성돼 배수가 원활하지 않았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나무를 심을 수 없었고, 물을 억지로 퍼낼 간이펌프를 조달하는 데만 2억5000만 원을 더 썼다.
부지 매립을 담당한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매립 (착수) 당시엔 침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땅을) 콘크리트로 완전히 메우지 않는 이상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부지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간이펌프를 설치해 침수 문제는 상당히 해결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 “잼버리 목적은 숙원인 공항, SOC 해결”
전북도는 개발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 2017년 11월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대중 도의원은 “잼버리를 하려는 목적은 숙원사업인 공항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최병관 전북도 기획조정실장(현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잼버리 유치의 목적에 대해 “새만금을 좀 더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