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게임을 잘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워요. 특히나 게임 하면서 저를 만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겁니다. 예를 들어, 강남구 전체에서 게임으로 1등을 해야 저를 만날까 말까 해요”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명해설자로 이름을 날린 전용준 캐스터가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한 말입니다. 유명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강의를 들은 학부모는 ‘내가 안일했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 최고로 군림한다는 게 쉬울 리가 없지요. 세계를 주름잡을 만큼 엄청난 게임 실력을 가진 게이머들의 뇌는 실제로 어떻게 다를까. 이런 궁금증이 프로게이머의 뇌를 분석하기에 이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비교한 일반인과 프로게이머(서지훈 선수)의 뇌 /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비교를 해보니 일단 조작 능력 자체가 차원이 달랐습니다. 일반인이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횟수가 1분에 100회 정도인데, 서지훈 선수는 이보다 3.7배 많은 370회를 조작했습니다.
또 두 사람이 게임할 때 뇌의 움직임을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비교해 보니, 일반인은 시각을 통제하는 뇌 부분만 활성화됐지만, 서 선수는 전두엽과 대뇌변연계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두엽은 추리와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대뇌변연계는 본능과 기억력을 통제합니다.
이에 대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은 “정말 놀라운 결과”라며, “일반인이 시각을 통해 의사 결정하는 것과 달리, 서 선수는 타이피스트가 자판의 문자 배열을 암기해 본능적으로 문서를 작성하듯 반사신경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유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고 결론짓기도 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뇌 차이 / 출처: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서
이를 통해 연구진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 뇌 회백질의 양이 증가하고, 특정 영역의 네트워크 형성이 촉진된다고 결론을 내리며 이 연구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1과 2 뇌의 차이를 연구한 한덕현 중앙대 교수 / 출처: 중앙대 홈페이지
‘스타 2’가 3D 게임이기 때문에 입체감을 통해 균형 감각을 좀 더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한덕현 교수는 “게임의 재미 요소는 반복과 변형이며, 이런 반복과 변형을 통한 자극은 뇌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적절한 자극은 오히려 뇌에 도움을 준다”며 ‘게임의 전두엽 파괴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의견이 분분한 이 기준안이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