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지녀야 전기차 가격 경쟁력 현대차, 신형 싼타페에 첫 탑재 10년간 9조5000억 투자 예정 테슬라-도요타 등도 개발 박차
● 배터리 기술 확보 나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8일 공개된 '디 올 뉴 싼타페'.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첫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현대자동차제공
현대차는 2021년 SK온과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셀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과거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을 자사 차량에 최적화하는 작업에만 일부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소재 확정 및 검증, 성능 평가, 개선 등 핵심 과정을 직접 맡은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맹주’인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고, 추후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들을 통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특허 보유 1위 업체다. 2027년에는 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해 10분 이하 충전으로 1200km를 주행하는 전기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설계기술만 가진 ‘팹리스(Fabless)’를 넘어 이미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 ‘배터리 주도권’이 전기차 시대 경쟁력 좌우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독립’에 나서는 흐름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전동화 초기 단계인 지금까지는 수십 년간 설계, 패키징, 양산 기술 등을 축적해 온 배터리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 배터리사에 장기간 안정적 일감을 보장하면서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합작법인(JV)을 앞다퉈 만든 이유다.
하지만 배터리 업체들이 ‘슈퍼 을’의 지위를 차지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점차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 경쟁’은 이러한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계를 직접 맡아 배터리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배터리 성능 향상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9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와 함께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도 개관했다.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전고체, 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의 10분의 1도 안 돼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내재화를 위한 시범적 성격으로 보인다”며 “당장 완성차 업체가 높은 수율로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긴 어렵지만,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직접 만들려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주=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