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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무량판 구조인지 알고 싶다면[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3-08-11 03:00:00

‘부동산 정보’ 열람-평면도로 확인
“설계-시공 제대로 하면 안전”
공간 넓고 구조변경 쉬워 최근 늘어




1일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등이 설치돼 있다. 오산=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15곳의 지하주차장에서 무량판 구조라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보강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내가 사는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가 아닌지, 무량판 구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심지어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달 초 ‘우리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가 아님을 안내한다’고 공지를 올렸다가 입주자들이 시공사에 확인해 무량판 구조가 맞다고 정정하자 공지를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량판 구조.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우리 집이 무량판 구조인지 확인하는 방법과 무량판 구조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해 보겠습니다.

Q. 무량판 구조는 무엇인가요?

“한국 아파트는 보통 세 가지 바닥 구조 중 하나를 택합니다. 우선 벽식 구조는 1980년대부터 아파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온 구조죠. 벽만으로 천장을 받치는 방식인데, 공사비가 저렴한 대신 층간소음에 취약하죠. 기둥식은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보와, 그에 연결된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구조입니다. 층간소음이 적고 리모델링이 쉽습니다. 주로 1990년대 이후에 많이 사용됐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무량판 구조는 말 그대로 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방식입니다. 공사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내력벽과 보가 없어 공간을 널찍하게 쓸 수 있죠. 그 대신 바닥과 기둥을 두껍게 만들어야 하중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주거공간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하면 너무 굵은 기둥 때문에 인테리어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Q. 우리 집이 무량판 구조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각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정보 통합 열람’ 사이트에 들어가서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의 주소를 검색하면 건축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층별 현황에 철근콘크리트조·철근콘크리트 벽식 구조·평슬래브·내력벽식 등으로 표시돼 있다면 벽식 구조입니다. 무량판 구조와 기둥식은 ‘철골철근콘크리트’라고 표시됩니다. 또 주민센터에서 건축물 현황도를 발급해 단위가구 평면도를 확인하거나, 관리사무소·시공사에 구조를 문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무량판 구조는 왜 사용되기 시작했나요?

“무량판 구조는 원래 주거시설보다는 상업용 건물에 많이 사용되던 방식입니다. 다만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이 적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2010년대 이후에는 주거용 아파트에도 사용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고급 아파트에서 무량판 구조를 벽식 구조 등과 혼합해 주거공간에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죠. 가벽을 없애거나 더해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형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벽이 없는 무량판 방식이 알맞기 때문입니다. 최근 공사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1단지 재건축)’,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등에서도 무량판 구조가 사용됐습니다.”

Q. 저희 아파트에도 무량판 구조가 사용됐다고 하는데, 무량판 구조가 다른 구조에 비해 더 위험한가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설계나 시공 등에 문제가 없다면 무량판 구조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2013년 11월 김포공항에서 잠실로 향하던 헬리콥터가 서울 강남구 ‘삼성아이파크’ 건물에 충돌한 사고가 있었죠. 그런데 건물 외벽만 일부 무너져 내리고 건물 구조에는 손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살고 있는 집이 무량판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마냥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무량판 구조가 다른 바닥 구조에 비해 하중에 취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기둥만으로 천장 무게를 지탱하다 보니 기둥과 천장을 연결하는 부위를 제대로 보강하고 철근을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천장이 기둥에 뚫리는 것처럼 무너져 내릴 우려가 있습니다. 1995년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도 이런 ‘펀칭전단’이 발생했죠.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나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보강철근이 없다고 무조건 붕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삼풍백화점의 경우 기둥 수 자체를 줄여 시공하는 등 종합적인 부실시공이 있었고, 불법 증축 등으로 기둥이 버틸 수 없는 하중이 가해진 것도 사고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인천 검단 사고는 보강철근이 일부 누락된 상황에서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보다 낮았고, 그 위에 조경 공사를 위해 흙을 쌓아 하중이 더해지며 일어났습니다. 광주 사고의 경우에도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다고 정부 조사에서 밝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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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