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반비례 실업자 많은 불경기엔 물가 낮고… 일자리 많아지면 물가는 높아져 기준금리 인상해 물가 안정되면… 대출-소비 위축되며 경기 침체
● 경제의 두 마리 토끼, 성장과 안정
경제에서 대표적인 두 마리의 토끼는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입니다. 경제 성장은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것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이 이전보다 활발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경제 성장은 왕성한 생산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깁니다.
물가 안정은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수요 공급 변화에 따라 어느 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시장의 원리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가격들, 즉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오른다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는 국가가 발행하고 관리하는 화폐 즉, 통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이 극심하고 그 정도가 선을 넘게 되면 한국은행이 발행한 원화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재산이 물거품이 된다는 뜻입니다. 요약하자면 물가 안정은 통화 가치의 안정이면서 동시에 ‘국민이 번 돈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 실업률 낮추려면 물가 상승 감수해야
필립스 곡선은 경제 정책과 관련해 수학 공식과 같이 명료한 해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줍니다. 경기 활성화를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싶다면 물가 상승을 감수하면 되고, 반대로 물가 상승을 잡으려면 실업률 상승, 즉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 된다는 원리입니다. 이처럼 어느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을 일정 정도 포기해야 하는 관계를 ‘상충 관계’ 또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라고 합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상충 관계는 정책 결정권자에게 희소식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업률이 과하게 높지만 않다면 마음 편하게 물가 안정 정책을 취할 수 있고, 물가가 과하게 높지만 않다면 편안하게 경기 부양 정책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에 파장
기준금리 인상은 브레이크와 같습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뒤집힐 수도 있듯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경제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비행기의 착륙에 빗대어 경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이라고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서서히 단계적으로 진행합니다. 물가 안정의 대가로 희생하게 되는 경기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연착륙(소프트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합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상충 관계에 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모두는 높을수록 국민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값을 합한 것을 ‘경제고통지수’라고 부릅니다. 최근 7, 8월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4.9(물가상승률 2.3%+실업률 2.6%)입니다. 이 둘은 두 마리의 토끼와 같아 모두 낮추기는 어렵겠지만, 희생은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화해서 이 둘의 합인 경제고통지수를 낮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