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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텅 빈 캠퍼스, 지역문제 해결 아이디어로 꽉 채운다

입력 | 2023-08-11 03:00:00

옛 밀양대 캠퍼스의 변신



밀양소통협력센터 구성원들이 경남 밀양시 내이동 옛 밀양대 캠퍼스 3호관 옥상 ‘팝업가든’에서 식물을 가꾼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밀양소통협력센터 제공


8일 오후 찾은 경남 밀양시 내이동 1025-1 일대.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건물들과 잡초가 무성히 자란 운동장, 텅 빈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문을 지나 3호관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곳곳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채로 5층짜리 건물이 방치돼 있었고, 게시판에는 2000년대 초중반 무렵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 포스터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곳은 1924년 밀양공립농잠학교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옛 밀양대 캠퍼스다. 한때 학생 수가 6600여 명에 달하는 대학이었지만, 2006년 3월 밀양대가 부산대에 통합된 이후 현재까지 캠퍼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학생 6000여 명을 상대로 한 대형 상권이 형성돼 있던 밀양 원도심은 2006년 이후 끝 모를 침체에 빠지게 됐다.

17년 넘게 방치돼 있던 옛 밀양대 캠퍼스가 개교 100년을 1년 앞둔 올해 들어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밀양소통협력센터’(c.campus) 구성원 10여 명이 캠퍼스 내 3호관을 거점으로 창의적인 문화활동과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면서부터다. 이들은 청년 유출, 인구 감소, 구도심 침체 등 밀양과 경남이 처한 지역 문제를 사람과 자원의 연결로 해결하기 위해 모인 문화기획자들이다.

밀양소통협력센터는 밀양시가 경남도와 협업해 행정안전부의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을 열었다. 센터는 올해부터 2024년 말까지 밀양대 3호관을 소통협력공간으로 구축하는 임무를 맡았다. 올해 말 리모델링에 들어가 내년에 들어서는 이 공간에는 코워킹스페이스, 창업오피스 등이 자리잡아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실험 공간 역할을 하게 된다.

센터는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캠퍼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5월 3호관 옥상을 ‘팝업가든’으로 조성해 시민 40여 명과 함께 식물을 기르고 수확하면서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드는 ‘마이그린 멤버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7월에는 밀양대 캠퍼스 안에서 파쿠르(도심의 구조물이나 건축물 위를 뛰어다니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열었다.

경남 지역의 활동가들을 한데 모아 연결하는 ‘2023 밀양 커넥티브 캠프(MCC) 포럼’을 열어 지역·사람·콘텐츠 간의 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남도 내 시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정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에 들어간 밀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로컬 브랜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센터의 역할이다.

박은진 센터장은 “밀양의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 가는 게 센터의 임무”라며 “밀양대 캠퍼스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는 한편 지역의 변화를 위한 주요 의제들을 공유하며 소통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밀양을 넘어 경남의 지역소멸 위기 해법을 찾는 구심점 역할도 꿈꾼다. 센터는 사람과 지역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역할을 중개하는 ‘관계안내소’를 내년에 밀양대 3호관에 열 예정이다. 지역에 주소를 둔 현지 주민뿐만 아니라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센터와 밀양시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계인구 자원조사 및 관계안내소 운영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해 9월 최종 보고회를 가질 방침이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