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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하는 교권 확립[동아시론/정제영]

입력 | 2023-08-10 23:51:00

학생 인권과 교사 권한 사이 균형 깨져
잘못된 법-조례 개정하고 보호제도 구축
교권 바로 서야 학생 학습권도 보장돼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달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20대 초임 교사가 생을 마감하면서 교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10년이 넘게 지속돼 왔는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교권의 추락은 곧 교육활동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교육정책이나 제도보다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교권(敎權)이라는 용어는 ‘교사의 개인적 권리(權利)’와 ‘교사의 교육적 권한(權限)’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사의 개인적 권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으로 인격적 존중, 신체적·정신적 안전, 사생활 보호 등 기본권에 해당하는 사항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교원지위법’에 의해 교직의 특성상 교원에 대한 예우, 보수의 우대, 불체포 특권, 신분 보장 등의 특별한 직무상 권리를 갖게 된다. 한편 교사의 교육적 권한은 법령상 정의된 교육활동 과정의 권한을 의미하는데, ‘학교에서 교육의 내용, 교수 방법, 평가, 생활지도 등’의 교육활동에서의 결정권과 실행권을 의미한다. 최근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들을 교사의 개인적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와 교육적 권한을 침해하는 사례로 구분해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에서 교사의 개인적 권리를 침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교사의 인격을 침해하는 경우는 ‘교사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나 행위,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동료 교사나 관리자로부터의 괴롭힘이나 학대’ 등이 대상이 된다. 교사의 교육적 권한을 침해하는 사례는 ‘보호자가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 영역인 학생의 성적이나 평가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교사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체벌이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최근 들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법령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학생을 심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체벌이 이슈가 됐고, 이를 계기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이후 2011년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생기면서 학생 간 폭력의 문제도 엄격하게 처리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2014년에는 아동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동과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폭력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이는 사회적 성숙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이후 학생들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더 나아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학교 현장 출동 등이 빈번해지면서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이 심각하게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최근 4년간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에 2662건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 2020년 1197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의 개선 과정에서 학생 인권의 보호라는 가치와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 사이의 균형이 깨지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교사의 교육활동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새로운 균형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호자의 역할과 의무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교권을 확립하기 위해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과제를 네 가지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인 아동학대처벌법과 학생인권조례의 내용 중에서 교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둘째, 보호자의 교육활동 참여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 교사를 괴롭히는 악성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나아가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 학생의 조치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시행해야 한다. 넷째,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에서 교사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마틴 부버는 “교육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는 각자의 권리가 소중하게 보호돼야 하고 이러한 균형 속에서 올바른 교육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교육적 관계 형성을 위해 모든 교육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교권을 새롭게 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을 확립하는 것이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